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내년 중반에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효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리 정부가 선(先)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한 유일한 코로나19 백신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FDA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며 “임상시험 과정에서 실수와 늑장 대응이 반복돼 연내 승인을 받지 못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중 보관·유통 방식이 까다롭지 않고, 1회 접종분이 4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라 주목을 받아왔다.

NYT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임상시험에서 아직 FDA의 기준 참가자 수(3만명)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 9월6일 임상시험 참가자 두 명에게서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한 뒤 임상시험 절차가 지연되서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세계에서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으나 FDA엔 이를 알리지 않았다. NYT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 중단 이틀 뒤인 지난 9월8일 미 FDA와 긴급 승인 관련 논의를 벌였지만 부작용 의심 사례가 나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며 “FDA는 뒤늦게 임상시험 중단 사실을 파악했고,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불투명성에 크게 실망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내 임상시험은 7주간 중단됐다. 부작용 의심 증상이 백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증거를 FDA에 제깍 제출하지 못해서다. 이 사이 1차분 백신 접종자가 두번째 접종을 하지 못한 사례도 나왔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에서도 지난 7월 임상참가자 한 명이 신경계 부작용 의심 증상을 보였으나 이 사실도 FDA에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모든 정보를 FDA에 즉시 제공했다”며 반박했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3상 중간 결과도 문제가 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일부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실수로 2회차 접종분을 절반만 투여했고, 이때 더 높은 효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워프)작전’팀을 이끄는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앞서 “저용량 투여 방식의 결과가 왜 더 좋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설명이 없다”며 “이 상태에서 승인을 내주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NYT의 보도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애드리안 힐 옥스퍼드대 백신연구소장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FDA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임상시험이 완전히 종료되기를 기다린다면 내년 중반까진 미국에서 백신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이미 늦은 시점이니 FDA가 다음달 안에 자료를 검토해 신속한 승인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국 정부가 유일하게 선구매 계약을 완료한 백신이다. 정부는 일단 FDA 승인이 미뤄져도 국내 백신 도입 일정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0일 “국내 백신 심사 체계는 미국과 다르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심사 결과도 고려하겠지만 결국 승인을 담당하는 것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라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FDA가 승인을 공식적으로 연기했다는 것인지, 우려를 제기한 수준인지 등이 아직 확실치 않다”며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면 백신 도입시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FDA의) 승인이 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