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한국과학상’ 수상자로 김범식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와 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한국공학상’은 박부견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이영국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에게 수여하기로 했다.

두 상은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세계에 내놓을 만한 연구성과를 낸 학자들에게 주어진다.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내년 4월 과학의 날에 열기로 했다.

수학자인 김범식 교수는 우주에서 발견된 서로 무관해 보이는 현상들이 마치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서로 관련이 있다는 ‘거울대칭’ 이론의 권위자다.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인 ‘초끈이론’에서 비롯된 거울대칭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공식을 정립해 ‘콰시맵’이라는 새 이론을 창안했다. 수학과 물리학을 융합해 우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단초를 제공했다.

박규환 교수는 모든 빛을 반사 없이 매질 내로 투과하는 것이 가능함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자연 현상과 반대 특성을 지니도록 설계된 ‘메타물질’을 실제로 제작해 실험하면서 이를 입증했다. 메타물질은 몸에 두르면 몸이 안 보이는 ‘투명망토’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특수 소재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완전 무반사 기술, 광통신 및 소자 기술, 태양전지 등에 획기적으로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부견 교수는 가상현실(VR), 원격진단 및 제어,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등의 시스템에 존재하는 ‘시간지연’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공학적 방법론을 제안했다. 시간지연은 각종 신호가 매질·회로 등을 지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지체 현상이다. 전자공학적 제어 이론에 수치화가 가능한 시간지연 요소를 접목해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영국 교수는 차세대 철강소재인 고망간강을 개발해 자동차에 적용하면서 차체를 경량화하고 안전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학문적으로도 고망간강이 왜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지니는지, 최상의 물성을 내는 화학 성분은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제조법까지 확보했다.

이 밖에 40세 미만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젊은과학자상’은 서인석 서울대 수리과학부 부교수,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부교수, 박정원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조교수,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부교수 등 네 명이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