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편익의 독점, 비용의 공유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인은 사유물에 비해 공유 자원을 과다하게 사용할 유인이 있고 결과적으로 공유 자원의 고갈을 가져온다는 간단한 논리다. 이 이야기를 처음 한 사람은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다. 이후 개럿 하딘이란 생태학자가 1963년 사이언스지를 통해 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현대에 전했다. 이 주장의 요점은 공유 자원의 경우 그것을 사용하는 개인이 얻는 효용은 모두 자기 몫인데, 내야 하는 비용은 다른 사람과 나누게 되므로 개인들은 공유 자원을 남용하려는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도 그런 유인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한 개인들은 남들보다 먼저 공유 자원을 남용할 유인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 자원을 절제적으로 사용한다면 자신만 공유 자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이런 유인은 결국 공유 자원의 고갈을 가져와 모든 사람이 불행해지는 결과가 생겨난다.

하딘은 이런 논리가 모든 공유 자원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주어진 자원이 그것을 공유하는 사회의 구성원 숫자보다 현저히 많다면 당분간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공유 자원이 유한한 한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공유지의 비극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논리는 나아가 복지국가에 대한 경고로 확대됐는데 이런 경고에 대한 반대 논리도 제시됐다. 특히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유 자원을 사용하는 의사결정 체계의 잘못이라는 반대는 정확한 지적이다. 그리고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논리가 모든 자원을 사유화시켜야 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흔히 공공재라 부르는 자원들, 가령 깨끗한 공기 혹은 치안 같은 경우 완전한 사유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정치 경제 동향을 살펴보면 공유지의 비극 문제가 떠오른다. 예를 들어 지방 공항 건설과 지역마다 다른 재난지원금 공급 등의 문제를 보면 지역에 근거를 둔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공유 자원인 중앙정부 예산을 과다하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발견된다.

중앙정부 예산은 모든 국민에게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마련된다. 그런데 그것을 지역 사업에 사용한다면 그 혜택은 주로 지역 사람들이 독점하게 된다. 지역 사업을 확대했을 때 그에 대한 자원이 주로 중앙정부 예산으로 충당된다면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한다. 지역 사업 비용은 전 국민이 부담하므로 그 지역 사람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그만큼 줄어들고 지역에서는 이런 사업일수록 추진할 유인이 커진다. 나아가 이런 사업을 많이 유치하는 정치인일수록 지역에서는 인기가 높아지고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지므로 정치인들이 예산을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고자 하는 유인은 더욱 커진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쉬운 해법은 지역 사업을 전적으로 그 지역에서 걷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해법은 지역 간 경제력의 차이가 크다면 경제력이 낮은 지역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사업임에도 추진이 안 될 수 있고, 지역 사업들의 효과가 그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문제점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정치 체계의 올바른 작동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공유지의 비극이 생겨나는 이유는 공유 자원의 사용이 전적으로 일부 구성원의 개인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만일 공유 자원의 사용에 관한 결정을 전체 사회가 함께한다면 편익의 독점과 비용의 공유로 인한 유인의 괴리 문제는 최소화될 수 있다. 국회 내에서 정치인들이 중앙의 예산을 자신의 지역 사업에 많이 사용하고 싶은 유인은 다른 정치인들의 비슷한 유인에 의해 견제를 받게 되고 공유지의 비극은 최소화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남는 문제는 모든 정치인이 지역 사업을 서로 주고받으며 중앙정부의 예산을 탕진하는 경우인데, 이때는 미래의 국민이 현재 낭비적인 지역 사업의 비용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국회에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모든 일에서 비용을 내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사람만큼 강한 발언권을 갖는 정치 체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