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가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텍사스주로 이주한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머스크는 최근 텍사스로 옮긴 사실을 밝히며 캘리포니아주의 기업 규제환경을 비판했다. 그는 “주정부가 광범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스타트업 탄생을 억누르고 있다”며 “혁신가들에게 훼방놓지 말라”고 일갈했다. 머스크가 이주를 결심한 데는 미국 내 최고세율인 캘리포니아의 개인소득세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은 13.3%인 반면 텍사스는 주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머스크와 같은 이유로 기업들도 캘리포니아 탈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실리콘밸리 원조격인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본사를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이전한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유명 벤처기업가 조 론스데일이 설립한 8VC와 클라우드 업체 드롭박스도 실리콘밸리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의 주 법인세율은 8.84%(단일세율)인 데 비해 텍사스에선 주 법인세가 없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주가 졸속적인 녹색에너지 정책과 토지사용 제한 등 좌파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기업환경이 황폐화하고 있는 점이 기업들을 내쫓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캘리포니아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지금 한국 현실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기업규제 3법’ 제·개정을 강행한 것은 캘리포니아주 못지않다. 탈(脫)원전을 한다면서 탄소중립까지 선언한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캘리포니아주와 닮은꼴이다. 한국은 친(親)노조 정책까지 더해져 캘리포니아보다 기업환경이 더 나쁘다.

인재와 기업은 세금이 적고 규제가 없는 곳으로 모이게 마련이다. 돈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인재와 기업이 싫어하는 방향으로만 법과 제도를 바꾸고 있다. 주마다 세율과 규제환경이 다른 미국에선 다른 주로 이주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도 못하다. 고(高)세율과 규제를 견딜 수 없으면 해외로 나가든지, 사업을 접는 수밖에 없다. 국부와 일자리를 밖으로 내쫓는 꼴이다. 국내 유수 기업과 기업가가 어느 날 갑자기 해외로 나가버리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머스크의 텍사스 이주를 남의 나라 일처럼 여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