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매장의 휴업(집합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누구도 납득 못 할 고무줄 기준을 내놓은 점도 성토받아 마땅하다. 헬스장 내 사우나는 폐쇄하면서 일반사우나는 허용하고, 킥복싱은 안 되고 복싱 시설은 운영하게 하는 등 아마추어 행정이 국민 속을 긁었다. 생활 구석구석까지 ‘핀셋 방역’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정부가 과욕을 부린 탓이다.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총알받이가 돼야 하느냐’는 절박한 호소(청와대 국민청원 11만여 명 동의)가 이런 어설픈 방역 때문이란 현실을 정부는 못 본 체해선 안 된다.
코로나 백신 확보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은 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유일하게 선(先)구매 계약(1000만 명분)했다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연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못 받을 위험이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런 예측불허 상황을 우려해 주요국들은 자국 인구보다 훨씬 많은 백신 물량을 여러 제약사로부터 조기에 선구매하려고 그토록 경쟁을 벌인 것이다. 정작 우리 정부는 한참 뒤늦은 8월부터 백신 확보에 들어가 ‘뒷북’ 논란이 거센데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의 ‘끝이 보인다’고 한다.
이러니 국민 통제를 강요하고 방역을 정치화하면서 근본대책 마련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그간 방역의 실책(失策)을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지난 2월 밝힌 ‘1만 치료 병상 확보’ 공언이 왜 실행되지 못했는지 설명하고, 백신 확보 상황도 상세히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잘되면 정부 덕, 잘못되면 국민 탓’이나 하면서 부실 방역을 감추는 것도 더는 불가능하다. 생명이 달린 방역문제에서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