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의 '문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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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한국의 '문화 대통령'](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AA.24684473.1.jpg)
가난했던 시절, 외국 것이라면 무조건 멋있어 보였다. 심수봉은 러시아 민요에서 ‘백만 송이 장미’를 꽃피웠고, 현인은 멕시코 노래에서 ‘베사메 무초’를 따왔다. 트로트는 일본 엔카(演歌)의 아류로 폄훼되면서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이처럼 변변찮던 ‘메이드 인 코리아’ 대중문화가 언제부턴가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은 팝의 본고장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다. ‘복면가왕’ 같은 한국 오락 프로그램들이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에 수출돼 리메이크됐고, 한국 웹툰은 만화왕국 일본을 파고들었다.
마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 같은 대변혁이 아닐 수 없다. 자연스럽게 이런 변화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PD에게 눈길이 쏠린다. 청년시절 접한 MTV를 통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전환을 읽은 그는 25년 전 SM을 차린 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한국형 아이돌을 잇따라 선보였다. 체계적으로 해외 시장도 개척했다. 최근에는 아바타와 실제 가수를 혼합한 그룹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실험에도 적극적이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