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혀온 칭화유니그룹이 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다. 이번엔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달러 표시 채권이어서 연쇄 디폴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칭화유니그룹은 홍콩거래소에 10일이 만기인 4억5000만달러(약 488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한다고 전날 밤 공시했다. 이 회사채(종목 코드 5597)의 금리는 연 6%로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거래는 이날 중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칭화유니가 발행해 홍콩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다른 회사채들의 가격도 디폴트 우려에 90% 이상 폭락했다고 전했다. 2021년 6월이 만기인 10억500만달러 회사채를 비롯해 만기가 2023년인 7억5000만달러 회사채, 2028년 만기인 2억달러 회사채 등 세 건이 상장돼 있다. 2021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금리 연 4.75%) 가격은 전날 달러당 28.3센트에서 이날 장이 열린 직후 1.6센트로 급락했다.

칭화유니는 앞서 지난달 16일이 만기였던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 위안화 표시 회사채도 갚지 못했다. 중국 중앙정부 산하 기업인 칭화유니가 잇따라 디폴트를 내면서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앤드루 챈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국유기업이라고 해도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칭화유니가 향후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칭화유니는 또 10일이 만기인 50억위안 규모 회사채의 이자도 갚기 어려운 처지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칭화유니가 반도체 설비를 확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지난 3년간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유니의 올 상반기 순손실은 33억8000만위안(약 562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2억위안)보다 더 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