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교법 시행…횡단보도 운행·헬멧 미착용 곳곳서 단속
"횡단보도에서는 끌고 가세요"…바뀐 전동킥보드 제도 첫날
"보호안전장구 미착용입니다. 잠시만 멈춰주세요."

10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사거리. 경찰관이 방한용 모자를 쓰고 전동킥보드를 탄 채 회기역 방향 도로 위에 있던 A(22)씨를 불러 세웠다.

A씨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킥보드에서 내렸다.

경찰은 강씨에게 이날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을 설명하며 "앞으로 전동킥보드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과 무릎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일하러 가는 길이었다는 A씨는 머쓱한 표정으로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도 된다고 해서 오늘 출퇴근길에 타려 했다"며 "헬멧이 있긴 한데 들고 다니기 번거로웠다"고 털어놓았다.

10분쯤 뒤에는 20대 남성이 킥보드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다행히 길을 함께 건너는 보행자는 없었지만, 행위 자체는 위법이었다.

경찰관은 "원래 범칙금 3만원인데 오늘 개정법이 시행됐으니 안내만 드리고 단속은 하지 않겠다"며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고 알린 뒤 이 남성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오후 3시 30분께 인근 한국외대 앞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또다른 남성은 결국 범칙금을 물게 됐다.

다른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고 있을 때 킥보드를 운행한 것이어서 경찰관 재량으로도 묵과하기 어려웠다.

경찰은 "전동킥보드는 인도에서 주행할 수 없고 횡단보도에서는 끌고 걸어가야 한다"며 이 남성에게 범칙금 3만원이 적힌 고지서를 건넸다.

이날 2시간 동안 이뤄진 단속에서 3명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헬멧 등 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적발된 10명은 계도 조치됐다.

이날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경찰도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정법은 킥보드 규제 완화로 청소년 교통사고 등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고, 국회는 지난 9일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 면허증 소지자만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를 탈 수 있도록 조항을 손질한 도로교통법 재개정안을 통과시켰다.

4개월간 유예기간을 둬 당장 적용되지는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도로교통 법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청소년 등 일부 시민들이 제도가 완화됐다는 이유로 전동킥보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며 "법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개정법 내용을 잘 알지 못 하는 시민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당분간은 계도 위주로 활동하되, 음주운전·신호위반·중앙선 침범은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즉시 단속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