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가 왜 거기서 나와?”

고급 백화점이 있던 뉴욕 등 미국 대도시 중심가엔 아마존의 택배 물류센터가 생긴다. 백화점이 망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꿨고, 이에 민감한 소비업종과 기업의 흥망성쇠도 갈랐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글로벌 경제에 확산하고 있는 ‘K자 회복’ 공포가 기업들의 운명도 바꿔놓은 것이다.

최근 세계 명품업계에선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와 티파니의 인수합병(M&A)이 화제를 모았다. 보석 분야에서 유독 맥을 못 추던 LVMH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명품업계 역대 최대 M&A 규모인 162억달러(약 17조67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수가 닥치자 LVMH는 인수 가격이 과도하다며 계약 철회를 선언했고 두 회사는 법적 공방을 벌이다가 금액을 4억2500만달러 깎으면서 최근 극적으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석은 명품시장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분야인 데다 아시아에서 잘나가는 티파니 인수로 LVMH는 더 거침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국가의 명품 시장은 가을을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전염병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명품이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는 데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명품 전문업체 징데일리는 전했다. 지난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가죽제품 박람회엔 주요 명품업체 등 100여 곳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세계적인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의 윌리엄 로더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가 급부상했지만 온라인은 결코 매장 쇼핑의 매력을 대체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매장 영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선 공통 분모가 있지만 백화점업계는 올해 처참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113년 전통의 미국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를 비롯해 JC페니, 로드앤드테일러 등이 재무구조 악화로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미국 기업의 파산보호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마존은 미국 최대 쇼핑몰 운영업체 사이먼프로퍼티와 폐점한 백화점 점포를 자사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WSJ는 “코로나19로 쇼핑몰은 쇠락하고 전자상거래는 급부상하면서 이 두 트렌드가 만나 벌어진 현상”이라며 “비즈니스 환경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