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통' 라이스, 바이든 백악관으로 컴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56·사진)를 차기 정부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DPC) 위원장에 지명했다. 외교 분야 ‘빅샷’으로 불리는 라이스를 국내 정책 조정자로 ‘깜짝 발탁’한 것이다. 라이스가 이 자리를 수락한 건 상원의원 도전 등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라이스는 오바마 정부에서 유엔주재 대사,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외교통이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 자리엔 바이든의 ‘외교 책사’인 토니 블링컨이 발탁됐다. 라이스는 대선 때는 부통령 후보 ‘쇼트리스트(최종 후보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중량감에 비춰볼 때 라이스가 백악관에서 ‘한직’처럼 여겨지는 국내정책위원장에 지명된 건 예상밖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라이스가 외교 경력에 ‘내치 경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국내정책위원장을 수락한 건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정책위원장 자리가 다른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에선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수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당선인이 국내정책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도 “라이스는 청정에너지, 돌봄서비스, 교육, 인종 평등 등을 포함하는 바이든의 ‘더 나은 경제 재건’ 아젠다를 이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이 라이스를 내각의 장관이 아니라 백악관 참모로 발탁한 것은 상원 청문회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라이스는 유엔대사 시절인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을 테러가 아닌, 반이슬람주의 동영상에 자극받은 시위대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가 공화당의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청문회 통과가 필요한 자리에 기용되면 상원 인준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