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의문의 벽면 충돌 화재사고를 냈다. 유명 로펌의 대표변호사인 차주가 숨지고, 대리기사와 불을 끄려던 경비원까지 다쳐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자율주행차의 글로벌 선두업체 가운데 하나인 테슬라 제품이 주차장에서 낸 사고여서 놀란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차량 가격만 1억원이 넘는 고급 모델인 데다, 2017년부터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 판매돼온 테슬라는 올 들어서만 지난달까지 1만1600여 대가 팔릴 정도로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어왔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테슬라나 이 회사의 특정 모델로 국한해서 볼 일이 아니다. 운전자의 과실 여부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넘어간 사고 차량 자체의 결함 유무가 1차 조사 대상이지만, 미래형 전기차의 구조적 결함 유무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과학적 견해도 나와야 한다. 사고 원인이 차체의 결함 탓인지, 운전자의 잘못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선입견 없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진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고의 직접 원인 파악과 함께 자동차 및 안전 전문가들 차원에서 규명해야 할 문제점이나 논의해야 할 보완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차체 화재가 1시간5분이나 지속된 것, 물이나 소화액으로는 꺼지지 않는 배터리의 소재와 구조 문제, 차량 전력이 끊기면 외부에서는 열리지 않는 전자식 문의 구조적 단점과 한계 같은 것이다. 미국에서도 100건을 넘어선 ‘급발진 민원’은 이번에 다친 운전자 진술에서도 나온 만큼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친환경차의 선두주자 격인 전기차와 차세대형 자율주행차의 보급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어디서나 매력적인 기술 이면에는 기계적 결함이나 오류도 있을 수 있다. 충전 중이던 국산 전기차에서 생긴 의문의 화재 사건도 여러 건 있었다. 이 또한 최대한 빨리 원인이 규명되고, 결점이 있다면 개선돼야 한다. 안전에 관한 한 자동차산업계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첩경이다. 테슬라 모델의 사고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미국 교통안전당국과의 공동 조사도 피할 이유는 없다. 조기 규명이 필요하지만, 공정하고 신뢰받는 조사가 중요하다. 나아가 결함 없는 충전소 확대 등 ‘미래차 안전 인프라’의 조기 구축도 한층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