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가 세계 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위쉬 굽타 DBS 은행장은 이날 싱가포르핀테크축제에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XRP 등 네 종의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DBS 디지털거래소'를 이르면 이르면 14일부터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제도권 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첫 사례다.

DBS 디지털 거래소는 달러, 싱가포르달러, 홍콩달러, 일본 엔 등 네 종의 통화로 가상화폐를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현지시간 9시부터 16시까지 운영한다. DBS가 지분 90%, 싱가포르거래소가 10%를 보유한다.

DBS 디지털거래소는 또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증권형 토큰'도 상장시킨다. 이를 통해 자국 중소기업들의 자본 조달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굽타 은행장은 "기업과 개인 자산가 등 기존 DBS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해 거래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는 바로 참여할 수 있으며, 개인은 연 수입 30만싱가포르달러(약 2억5000만원) 또는 금융자산 100만싱가포르달러(약 8억원) 등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을 불허해 왔다. 익명성과 돈세탁 가능성 등 때문에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에 DBS에 허가를 내준 것은 홍콩과의 아시아 금융허브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현재 세계에는 300여개 거래소에서 3900여종의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전체 시가총액은 5700억달러(약 622조원)에 달한다. 원조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9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