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사연에 따르면 과거 그의 남편은 버스를 이용하던 중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하차 승객들이 전부 2차선에서 내려야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당시 위험하게 하차해야 했던 A씨의 남편은 크게 화를 내며 안전신문고 어플을 다운 받아 정류장에 있던 차들을 모두 신고했다.
그 이후 A씨의 남편은 정류장을 지나칠 때마다 불법주차된 차량을 발견하면 습관적으로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 정류장 외에도 소화전, 교차로, 횡단보도 등 불법 주차에 해당되는 경우는 모두 직접 신고했다. 그가 3달 동안 신고한 내역을 보니 약 200건에 달했다.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도 이 얘기로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운 A씨. 그는 '동네 사람들이 이젠 남편의 퇴근시간을 피해 불법주차를 한다', '남편이 밤에도 한 번 더 순찰을 간다' 등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친구들과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당일 한 친구가 불법주차 단속에 걸린 것. 그러자 이 친구는 "네 남편 같은 신고충이 신고했나보다. 열 받는다"고 했다. '신고충'이라는 말에 당황한 A씨는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오히려 친구는 "네 남편 휴대전화 한번 확인해보라. 정말 네 남편이 한 거 아니냐"며 버럭했다. A씨는 거듭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고.
A씨는 "본인이 당하기 전까지는 웃으며 이야기하더니 본인이 당하니까 '신고충'이라고 하더라. 솔직히 남편이 신고를 할 때마다 해코지를 당할까 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각종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건데 '신고충'이라고까지 말하니 정말 남편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하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이후 글이 화제가 되면서 A씨의 남편이라 주장하는 네티즌도 등장했다. 그는 "정확히는 신고한 게 세 달동안 200건이 넘더라"면서 "아내가 재미있게 말하려고 순찰이라는 말을 썼지만 사실 헬스클럽을 오가는 길에 신고한 게 전부다"고 밝혔다.
이어 "한 번이라도 딱지를 떼게 되면 주차를 조심하게 될 것이고 최소한 소화전, 교차로 모퉁이, 학교 정·후문, 장애인 주차구역, 횡단보도 이 구역만큼은 자리가 원래 취지에 맞게 활용되어야 하며, 그래야 보행자를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등이나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판매 차량 등은 신고하지 않았으며 "신고포상금은 1원 한 푼 주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A씨의 남편과 같은 불법 주차 신고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을까.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53.2%보다 7.1% 상승한 수치다.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신고는 시행 1년 만에 75만1951건이 접수됐다.
주민 신고제는 소화전 5m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장 10m 이내, 횡단보도 위 등 4대 구역 내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신고를 위해서는 안전신문고 앱을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아야 하며, 4대 불법 주정차 유형을 선택한 후 사진촬영 버튼을 눌러 1분 이상 간격으로 사진 2장을 촬영해 첨부하면 된다. 이렇게 신고된 차량에 대해선 단속 공무원의 현장 확인 없이 바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옳은 일 하는건데 왜 욕 먹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걸 바로 잡는 건 잘하고 있는 듯", "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애초에 불법 주차한 게 잘못 아닌가", "그래도 너무 과도하게 신고하는 것 같은데", "대부분 힘들고 귀찮아서 못하는 일이죠", "옳은 일을 해도 욕 먹네. 불법을 정당화하는 건 정말 위험한 발상", "일부러 신고하려고 돌아다니는 거면 이해가 안 갈텐데 왔다갔다 하는 길에 하는 건 뭐가 문제냐", "불법 주차를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세 달에 200건이라니 그만큼 심각한 문제라는 걸 보여주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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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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