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그라운드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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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빈민가 소년, 스타벅스 신화를 만들다
그라운드 업(하워드 슐츠 著)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은 오늘날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3만 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연 매출 30조원, 스타벅스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가 처음 스타벅스와 인연을 맺은 건 28세였다. 가정용품 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던 그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 원두 판매점에서 대형 백화점보다 더 많은 드립 커피 추출기를 구입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껴 시애틀로 향했고 이곳에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고급) 시장의 급속한 성장 가능성에 눈을 뜬다.
“다음날 다섯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스타벅스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보였다. 나는 가방에서 수마트라 커피 원두를 꺼내 뚜껑을 열고 그 그윽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가득히 들여 마셨다.”
이후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벅스에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합류했고 1987년에는 스타벅스를 인수해 자신의 회사로 만들었다. 만약 그가 합류하지 않았더라면 스타벅스는 오늘날에도 몇몇 매장에서 커피 원두만 판매하는 시애틀의 작은 회사로 남았을지 모른다.
28세에 가정용품 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다 고급 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스타벅스에 합류한 뒤 6년 뒤 회사를 인수해버린 그의 이력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 기업인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명문 대학에서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한 뒤로도 아무 고생 없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빈민촌인 브루클린 카니지에서 태어나 자랐고, 노던미시간대에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선발된 덕분에 겨우 진학할 수 있었다. 그가 장학생으로 선정됐다는 발표를 들었을 당시의 기분에 대해 “그것은 마치 NFL 드래프트에 초대받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의 부모는 둘 다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했다. 아버지는 트럭 운전, 공장 노동, 택시 운전 등 여러 일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하워드가 일곱 살이었을 때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던 그의 아버지가 짐을 옮기다가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졌는데, 사고와 동시에 아버지는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하워드와 가족들은 몇 달 동안 남들한테 돈을 꾸면서 간신히 버텨야만 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에서 버려진 채 구부정하게 의자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일하시던 정직한 분이었다. 아버지는 단지 입에 풀칠하기 위해 때로는 두세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기도 하면서 세 아이를 열심히 보살피셨다.”
그는 스타벅스를 경영하며 매장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스톡옵션까지 부여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의 이런 결정에는 일곱 살 무렵 직장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느꼈던 슬픔과 아버지가 일했던 회사와는 전혀 다른 일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반영돼 있다.
그는 지금껏 3권의 책을 냈는데, 그가 처음 책을 써야곘다고 결심했던 건 1994년 자기 앞으로 쏟아진 미국 각지에서 온 어머니들의 편지 때문이었다. 편지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편지를 보내온 지역 대부분이 미국에서 매우 가난한 동네로 꼽히는 곳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며칠 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기획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는 뉴욕의 빈민가 소년이었던 하워드 슐츠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생생하게 그려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다룬 이야기를 읽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얻었다는 편지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세 아이들 만큼은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고 싶어 했던 어머니를 떠올리진 않았을까? 그리고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겨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워드 슐츠, 그가 세 번째 책 '그라운드 업'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두 번째 책 '온워드' 출간 이후 8년 만이다. 제목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다.
1997년에 쓴 첫 책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는 스타벅스를 최고의 커피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던 비결에 대해서 밝혔고, 2012년에 출간한 '온워드'에서는 성장이 정체됐던 스타벅스를 다시 부활시킨 전략과 노력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그라운드 업'에서는 자신이 60여년 간 살아오면서 배운 교훈,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낸 자신만의 원칙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23년 전에 시작된 하워드 슐츠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이다. 뉴욕 빈민가의 소년을 세계 최고의 기업인으로 만들어낸 원칙과 전략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그라운드 업(하워드 슐츠 著)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은 오늘날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3만 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연 매출 30조원, 스타벅스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가 처음 스타벅스와 인연을 맺은 건 28세였다. 가정용품 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던 그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 원두 판매점에서 대형 백화점보다 더 많은 드립 커피 추출기를 구입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껴 시애틀로 향했고 이곳에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고급) 시장의 급속한 성장 가능성에 눈을 뜬다.
“다음날 다섯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스타벅스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보였다. 나는 가방에서 수마트라 커피 원두를 꺼내 뚜껑을 열고 그 그윽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가득히 들여 마셨다.”
이후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벅스에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합류했고 1987년에는 스타벅스를 인수해 자신의 회사로 만들었다. 만약 그가 합류하지 않았더라면 스타벅스는 오늘날에도 몇몇 매장에서 커피 원두만 판매하는 시애틀의 작은 회사로 남았을지 모른다.
28세에 가정용품 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다 고급 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스타벅스에 합류한 뒤 6년 뒤 회사를 인수해버린 그의 이력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 기업인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명문 대학에서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한 뒤로도 아무 고생 없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빈민촌인 브루클린 카니지에서 태어나 자랐고, 노던미시간대에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선발된 덕분에 겨우 진학할 수 있었다. 그가 장학생으로 선정됐다는 발표를 들었을 당시의 기분에 대해 “그것은 마치 NFL 드래프트에 초대받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의 부모는 둘 다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했다. 아버지는 트럭 운전, 공장 노동, 택시 운전 등 여러 일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하워드가 일곱 살이었을 때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던 그의 아버지가 짐을 옮기다가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졌는데, 사고와 동시에 아버지는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하워드와 가족들은 몇 달 동안 남들한테 돈을 꾸면서 간신히 버텨야만 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에서 버려진 채 구부정하게 의자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일하시던 정직한 분이었다. 아버지는 단지 입에 풀칠하기 위해 때로는 두세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기도 하면서 세 아이를 열심히 보살피셨다.”
그는 스타벅스를 경영하며 매장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스톡옵션까지 부여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의 이런 결정에는 일곱 살 무렵 직장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느꼈던 슬픔과 아버지가 일했던 회사와는 전혀 다른 일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반영돼 있다.
그는 지금껏 3권의 책을 냈는데, 그가 처음 책을 써야곘다고 결심했던 건 1994년 자기 앞으로 쏟아진 미국 각지에서 온 어머니들의 편지 때문이었다. 편지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편지를 보내온 지역 대부분이 미국에서 매우 가난한 동네로 꼽히는 곳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며칠 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기획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는 뉴욕의 빈민가 소년이었던 하워드 슐츠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생생하게 그려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다룬 이야기를 읽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얻었다는 편지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세 아이들 만큼은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고 싶어 했던 어머니를 떠올리진 않았을까? 그리고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겨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워드 슐츠, 그가 세 번째 책 '그라운드 업'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두 번째 책 '온워드' 출간 이후 8년 만이다. 제목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다.
1997년에 쓴 첫 책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는 스타벅스를 최고의 커피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던 비결에 대해서 밝혔고, 2012년에 출간한 '온워드'에서는 성장이 정체됐던 스타벅스를 다시 부활시킨 전략과 노력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그라운드 업'에서는 자신이 60여년 간 살아오면서 배운 교훈,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낸 자신만의 원칙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23년 전에 시작된 하워드 슐츠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이다. 뉴욕 빈민가의 소년을 세계 최고의 기업인으로 만들어낸 원칙과 전략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