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텍사스주가 제기한 대선 불복 소송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꼽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연방검찰의 수사 착수 사실을 대선 전에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믿는 도끼’로 생각했던 연방대법원과 법무장관에게 발등을 찍힌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11일 텍사스주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4개 주 개표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에 대해 “사법적 심리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텍사스주가 다른 주의 선거 결과에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측은 ‘대선 뒤집기’를 위해 이 소송에 총력전을 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17개 주가 추가로 소송에 동참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원고로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126명도 소송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모두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6명 대 진보 3명 구도다. 이들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다. 하지만 믿었던 연방대법원마저 등을 돌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그는 12일 트윗을 통해 연방대법원이 선거 사기가 아닌 평판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측에 불리한 결정을 내린 건 지난 8일 공화당 측의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 무효 소송 기각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결정은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 현재까지 각 주가 인증한 선거인단 결과를 종합하면 바이든이 306명, 트럼프가 232명을 확보했다. 선거인단은 14일 각 주에 모여 차기 대통령 선출 투표를 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곧 끝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거인단 투표가 끝나면 연방 의회는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 소송과 함께 ‘승부수’로 특별검사 임명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사기 의혹과 헌터 수사를 이끌 특검 임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검 임명권자는 바 법무장관이다.

바 장관이 특검 임명에 동의할지는 불확실하다. WSJ는 바 장관이 헌터의 세금 문제에 대해 연방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대선 전에 인지했지만, 대선 기간에 공개하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격노해 바 장관 경질까지 고려했다고 전했다. 검찰의 헌터 수사는 대선 후 헌터 측이 언론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윗을 통해 바 장관에 대해 “대실망”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