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중국의 美국채 매각…달러 폭락 겨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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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에도
10년물 국채금리 올라
'파월 수수께끼' 현상
中, 美 국채 매각 늘려
달러가치 하락 부추겨
Fed, OT로 적극 대응
양국 금융마찰 심화
'수출 한국' 대비해야
10년물 국채금리 올라
'파월 수수께끼' 현상
中, 美 국채 매각 늘려
달러가치 하락 부추겨
Fed, OT로 적극 대응
양국 금융마찰 심화
'수출 한국' 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온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민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임시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023년까지 제로(0)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시장금리의 대표 격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 때문이다.
2004년 이후 Fed가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장금리가 낮아진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반대로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월평균 50억달러 정도의 미국 국채를 팔고 있으며, 지난 9월 이후에는 60억달러대로 늘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달러 안팎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은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인민은행 등에 따르면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8000억달러 선까지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은 신용경색을 풀기 위한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후유증인 과다 부채, 그림자금융, 부동산 거품 등 3대 회색 코뿔소 문제로 심해진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차이나 머니를 회수하고 해외 투자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다툼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작년 7월 말까지 양국 간 마찰은 보복관세 대결이었다. 그후 금융 대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미국은 작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9월부터는 중국과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내 투자한 대형 상업용 건물 매각 등을 통해 한편으로는 미국의 금융거래 제한에 대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경색을 풀려고 했던 중국이 한계에 봉착하자 지난 1월 15일 미국과의 1차 무역 합의안에 서명했다. ‘환율조작국 해제’라는 대가를 받긴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굴욕적인 사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소강 국면에 들어갔던 양국 간 마찰은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미국이 다시 금융거래 중지 조치를 들고나오자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함무라비 텔레오 법칙’ 식으로 대응해 수세에 몰렸던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을 뒤집으려는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것 이상으로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충격이 크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유럽 피치사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강등시킬 정도로 미국의 국가 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곧바로 미국의 모라토리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지난 3월 이후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QE)로 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트레핀 딜레마’에 빠진 여건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달러 가치 추가 하락으로 직결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유일하게 강세를 띨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기 면에서도 금리 인하 효과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수수께끼로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아지고 있는 저축률을 더 끌어올려 소비를 둔화시키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의 저축률은 지난 2월 8%대에서 최근에는 13%대로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Fed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을 늘리는 시점에 맞춰 양적완화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로 전환했다. OT란 단기채를 매각한 대금으로 장기채를 매입해 유동성 총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단기채 금리 상승에 따라 자산 거품과 달러 가치 폭락을 방지하고 장기채 금리 하락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다툼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국 간 금융 마찰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0원대로 급락해 한국의 수출과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앞으로 더 심해질 양국 간 금융 마찰에 이제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해놔야 한다.
schan@hankyung.com
2004년 이후 Fed가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장금리가 낮아진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반대로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월평균 50억달러 정도의 미국 국채를 팔고 있으며, 지난 9월 이후에는 60억달러대로 늘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달러 안팎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은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인민은행 등에 따르면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8000억달러 선까지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은 신용경색을 풀기 위한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후유증인 과다 부채, 그림자금융, 부동산 거품 등 3대 회색 코뿔소 문제로 심해진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차이나 머니를 회수하고 해외 투자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다툼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작년 7월 말까지 양국 간 마찰은 보복관세 대결이었다. 그후 금융 대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미국은 작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9월부터는 중국과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내 투자한 대형 상업용 건물 매각 등을 통해 한편으로는 미국의 금융거래 제한에 대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경색을 풀려고 했던 중국이 한계에 봉착하자 지난 1월 15일 미국과의 1차 무역 합의안에 서명했다. ‘환율조작국 해제’라는 대가를 받긴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굴욕적인 사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소강 국면에 들어갔던 양국 간 마찰은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미국이 다시 금융거래 중지 조치를 들고나오자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함무라비 텔레오 법칙’ 식으로 대응해 수세에 몰렸던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을 뒤집으려는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것 이상으로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충격이 크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유럽 피치사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강등시킬 정도로 미국의 국가 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곧바로 미국의 모라토리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지난 3월 이후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QE)로 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트레핀 딜레마’에 빠진 여건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달러 가치 추가 하락으로 직결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유일하게 강세를 띨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기 면에서도 금리 인하 효과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수수께끼로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아지고 있는 저축률을 더 끌어올려 소비를 둔화시키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의 저축률은 지난 2월 8%대에서 최근에는 13%대로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Fed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을 늘리는 시점에 맞춰 양적완화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로 전환했다. OT란 단기채를 매각한 대금으로 장기채를 매입해 유동성 총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단기채 금리 상승에 따라 자산 거품과 달러 가치 폭락을 방지하고 장기채 금리 하락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다툼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국 간 금융 마찰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0원대로 급락해 한국의 수출과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앞으로 더 심해질 양국 간 금융 마찰에 이제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해놔야 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