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문턱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연말까지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은행까지 생겼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억원 이상 가계 신용대출을 연말까지 해주지 않기로 했다. 신규 대출은 물론이고 기존 대출에 추가로 빌리겠다고 한 돈의 합계가 1억원을 넘으면 대출을 거절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갈아타는 대환대출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지난달 30일부터 한층 강화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해 대출을 내주고 있다. DSR 규제는 연봉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국민은행 조치는 대출 수요자의 소득과 무관하게 ‘1억원 이상 대출’을 전면 취급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DSR 규제보다 더 강도가 세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을 바짝 죄고 있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원으로 낮춘다. 기존에는 직군별로 한도가 최대 3억원이었다. 하나은행도 전문직 대출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부터 비대면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을 대출 축소의 원인으로 설명한다. 금융감독원은 4일 은행별 가계대출 담당 임원을 모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하게 주문했다. 정부의 DSR 규제 조치가 예정됐던 지난달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치(13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폭에 우려를 나타내 내년에도 은행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