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경기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열린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단지 내 어린이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경기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열린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단지 내 어린이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주택정책은 공공임대 확대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 도입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은 모두 과거 시장에서 실패했던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민간분양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정공책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공공임대·공공자가주택에 무게

1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업무 파악과 함께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24번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꺾이지 않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일단 변 후보자의 대책은 공공임대 공급 추가 확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공임대를 늘려왔고, 지난달 ‘11·19 부동산 대책’에서는 중형 임대, 공공전세 등도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책에는 공공임대 공급 실무를 맡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현 사장인 변 후보자의 의견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공임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공공임대 주택 100만 가구 준공을 기념해 경기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변 후보자에게 “중형 평수를 확대하면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아파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가 그동안 필요성을 강조해온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등 공공자가주택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LH가 건설한 뒤 토지 소유권을 갖고, 주택 소유권만 수분양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분양받은 사람은 보유 기간 토지분에 대한 월세를 LH에 낸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LH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대신 추후 집주인이 LH에만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시절 주도한 도시재생 사업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진행하고 있다.

실패한 정책 되풀이 우려

그러나 변 후보자가 구상 중인 주택정책들은 과거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향후 2년간 다세대·연립(빌라) 중심의 공공임대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11·19 대책이 발표된 뒤에도 집값 오름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주(7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0.27%로 나타났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2007년 경기 군포시 부곡동에서 전용면적 74~84㎡의 415가구가 분양됐을 때 수요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청약 경쟁률이 0.1 대 1에 그치면서 입주자 추가 모집에도 92%가 미분양됐다. 이후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고 나서야 미분양이 해소됐다.

2009년부터 선보인 토지임대부 주택은 ‘로또’만 만들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1년 2억500만원에 분양된 LH서초5단지의 토지임대부 주택 전용 84㎡ 호가는 현재 12억~13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정부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해 손해를 보고 집주인만 이득을 챙기게 되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 후보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시세 차익을 환수할 계획이지만, 이 경우 환매조건부 주택처럼 수요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공공자가주택에 대해서는 국토부조차 회의적이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공공자가주택 공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크게 무게를 두고 있는 건 아니다”며 “실제 정책을 도입한다 해도 비중이 작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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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도 공급 효과 미미

도시재생 역시 주거환경 개선 효과가 낮고 주택 추가 공급 물량도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종로구 창신동으로, 지금까지 도시재생에 총 900억원이 투입됐다. 서울시가 ‘서울 도시재생 1호’로 성공한 사례라며 홍보했던 곳이다.

그러나 창신동 주민들은 “불편해 못 살겠다”며 “도시재생이 아니라 공공재개발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는 좁은 길과 가파른 경사 등 낙후지역의 불편을 해소할 수 없으니 근본적인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창신동 주민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견디지 못한 젊은 부부들이 동네를 떠나면서 30년 넘게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올해 폐업했다”며 “최근 2년 사이에 어린이집 세 곳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창신동 A부동산 대표는 “현재 쌓인 창신동 전·월세 매물만 54개”라며 “2~3년 전만 해도 20개 수준이었는데 집이 워낙 낡아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성만 강조해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자가주택 등은 일부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며 “변 후보자는 시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 공급을 효율적으로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진석/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