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창설 63년 만에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는 13일 저녁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손발을 잘라 국가안보를 위기에 빠뜨리는 법이라고 반발하며 나흘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제동을 걸었지만, 범여권의 압도적인 의석수 앞에 버티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과 경찰에 이어 국정원까지 '3대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했다고 자평했다.
국정원 기능 확 바뀐다…野반발 속 與 "권력기관 개혁 마침표"
◇ 대공 수사권 2024년 경찰로…국정원 창설 63년만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정원법의 핵심은 그동안 국정원이 가지고 있었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등 권한 남용과 정치적 일탈 행위 우려가 끊이지 않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원만한 이관을 위해 2024년 1월까지 3년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1961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창설과 함께 탄생한 대공수사권이 63년 만에 옮겨지는 셈이다.

아울러 국정원의 기존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나 '대공', '대정부전복' 등 개념을 삭제했다.

그 대신 ▲ 국외·북한에 관한 정보,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정보, 사이버안보와 위성 자산 정보 등의 수집·작성·배포 ▲ 보안업무 ▲ 사이버공격 및 위협에 대한 예방 및 대응 등으로 명확화했다.

여기에 국정원의 운영 원칙으로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명문화하고,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다.
국정원 기능 확 바뀐다…野반발 속 與 "권력기관 개혁 마침표"
◇ 국민의힘 "DJ도 용납 안 할 국정원법" 반발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안보 역량 약화와 경찰의 수사권 악용을 우려하며 법안 심사 각 과정에서 개정안을 반대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10일 본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된 뒤 필리버스터를 걸어 60시간이 넘는 무제한 토론을 이어갔지만,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위반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민적 저항과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가 최고 안보 기관의 손발을 자르고 국가안보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인용해 한 말씀이 있다"며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국가안보 문제는 한번 잘못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발언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도 국정원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기능 확 바뀐다…野반발 속 與 "권력기관 개혁 마침표"
◇ 민주당 '권력기관 개혁 3법' 입법 마무리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로 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했던 '권력기관 개혁 3법' 입법은 모두 마무리됐다.

경찰법은 지난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은 10일 각각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수처가 공론화 24년 만에 출범하면 권력기관들의 상호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를 막고 비리와 유착의 고리를 단절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국정원은 국내 사찰과 공작을 끊고 본연의 대북 정보와 해외정보업무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경찰은 내년부터 국가·자치 경찰로 나뉘고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되는 등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선진화의 길로 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