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현대차는 변신중…기아차는 노조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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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
고용 감소에 노조도 대안 찾으며 협력
기아차 노조 4차 부분파업·사명변경도 반대
고용 감소에 노조도 대안 찾으며 협력
기아차 노조 4차 부분파업·사명변경도 반대
형님 현대차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우 기아차는 노조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 걸음만 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체질 개선을 위해 2025년까지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2025 전략'을 공개했다.
2025 전략에는 2025년까지 전기차만 연 56만대 이상 판매해 8~10%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고,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 항공 시스템(UAS)을 선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속도로 등에서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도 2022년 선보이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사업 확장을 위한 전용 브랜드 'HTWO(에이치투)'도 출범한다. 로보틱스 사업 본격화를 위해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도 인수했다.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의 30%를 사들였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각각 20%와 10%를 인수했다. 정의선 회장도 개인 자격으로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갖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미래 신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의 강한 의지로 이뤄졌다. 그는 지난 10월 취임사를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기술, 수소연료전지, UAM,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타운홀 미팅에서도 “미래 우리의 매출 비중은 자동차가 50%, 나머지 30%는 개인용 비행체,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현대차의 노력에 노조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 노사의 2020년 임금협상 합의와 관련해 11년 만의 임금 동결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합의안에는 직무전환 교육을 시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노조가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반발하는 대신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는 의미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약 3만개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약 1만9000개로 약 40% 적은 부품만 쓰인다. 이는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기존 고용 인력이 급감함을 의미한다. 엔진·변속기 관련 고용인력는 100%, 프레스·차체·도장 고용은 7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흐름에 따라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최근 언론에서 사명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발을 맞춰 전기차를 선보이고 사명에서도 자동차를 떼며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었지만, 노조 반대로 멈춰선 상태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부터 18일까지 4차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14~17일은 근무조별 하루 4시간씩, 총 8시간을 파업하고 18일은 근무조별 6시간씩 12시간 일손을 놓는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잔업 30분 복원 △정년 60세에서 65세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노동 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잔업 30분 복원 △분규에 따른 우리사주 미제공 등에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5~27일 1차 부분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 1·2·4일 2차 부분파업을 강행했고, 9~11일에도 3차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기아차 노조의 3차례 부분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손실은 3만2000여대에 이른다. 이번 4차 부분파업으로 생산 손실 규모는 4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현대차가 광주시와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인질로 삼았다. 기아차 노조 광주공장 지회는 GGM이 내년 9월부터 생산할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기술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기아차가 엠블럼 변경에 맞춰 추진하던 사명 변경도 발목이 잡혔다. 기아차는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뺀 기아로 변경하고 새 엠블럼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1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와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에 나선다고 밝힌 만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 국한된 사명을 바꾸기 위함이다.
당시 박한우 전 기아차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기아차가 미래 소비자 가치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혁신을 주도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 소비자가 변화를 공감할 수 있도록 브랜드 정체성(BI), 기업 이미지 (CI), 디자인 방향성(DI), 사용자 경험(UX) 등 전부문에서 근본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노조는 사명변경을 추진한다면 사활을 걸고 대응하겠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바꾸고 싶다면 노조의 동의를 먼저 얻으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노조의 강한 반발에 기아차의 혁신도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체질 개선을 위해 2025년까지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2025 전략'을 공개했다.
2025 전략에는 2025년까지 전기차만 연 56만대 이상 판매해 8~10%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고,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 항공 시스템(UAS)을 선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속도로 등에서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도 2022년 선보이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사업 확장을 위한 전용 브랜드 'HTWO(에이치투)'도 출범한다. 로보틱스 사업 본격화를 위해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도 인수했다.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의 30%를 사들였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각각 20%와 10%를 인수했다. 정의선 회장도 개인 자격으로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갖게 됐다.
변화하는 현대차…동참하는 노조
이러한 변화는 미래 신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의 강한 의지로 이뤄졌다. 그는 지난 10월 취임사를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기술, 수소연료전지, UAM,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타운홀 미팅에서도 “미래 우리의 매출 비중은 자동차가 50%, 나머지 30%는 개인용 비행체,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현대차의 노력에 노조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 노사의 2020년 임금협상 합의와 관련해 11년 만의 임금 동결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합의안에는 직무전환 교육을 시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노조가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반발하는 대신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는 의미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약 3만개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약 1만9000개로 약 40% 적은 부품만 쓰인다. 이는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기존 고용 인력이 급감함을 의미한다. 엔진·변속기 관련 고용인력는 100%, 프레스·차체·도장 고용은 7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흐름에 따라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최근 언론에서 사명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이은 파업·반대에 멈춰선 기아차
기아차도 현대차와 발을 맞춰 전기차를 선보이고 사명에서도 자동차를 떼며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었지만, 노조 반대로 멈춰선 상태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부터 18일까지 4차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14~17일은 근무조별 하루 4시간씩, 총 8시간을 파업하고 18일은 근무조별 6시간씩 12시간 일손을 놓는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잔업 30분 복원 △정년 60세에서 65세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노동 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잔업 30분 복원 △분규에 따른 우리사주 미제공 등에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5~27일 1차 부분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 1·2·4일 2차 부분파업을 강행했고, 9~11일에도 3차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기아차 노조의 3차례 부분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손실은 3만2000여대에 이른다. 이번 4차 부분파업으로 생산 손실 규모는 4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현대차가 광주시와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인질로 삼았다. 기아차 노조 광주공장 지회는 GGM이 내년 9월부터 생산할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기술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기아차가 엠블럼 변경에 맞춰 추진하던 사명 변경도 발목이 잡혔다. 기아차는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뺀 기아로 변경하고 새 엠블럼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1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와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에 나선다고 밝힌 만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 국한된 사명을 바꾸기 위함이다.
당시 박한우 전 기아차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기아차가 미래 소비자 가치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혁신을 주도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 소비자가 변화를 공감할 수 있도록 브랜드 정체성(BI), 기업 이미지 (CI), 디자인 방향성(DI), 사용자 경험(UX) 등 전부문에서 근본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노조는 사명변경을 추진한다면 사활을 걸고 대응하겠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바꾸고 싶다면 노조의 동의를 먼저 얻으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노조의 강한 반발에 기아차의 혁신도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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