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핑퐁에 첫 발도 못뗀 '폐지방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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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해주겠다는 약속 믿고
3년간 수십억 투자했는데…
복지·환경부 '떠넘기기'에 무산
의약품·인공피부 등 원료
금보다 비싼 인체 폐지방
연간 버려지는 양만 20만㎏
3년간 수십억 투자했는데…
복지·환경부 '떠넘기기'에 무산
의약품·인공피부 등 원료
금보다 비싼 인체 폐지방
연간 버려지는 양만 20만㎏

지방 흡입수술 등의 과정에서 빼낸 인체 폐지방을 의약·미용품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준비 중인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정부 약속만 믿고 수십억원을 투자했는데 규제는 3년째 똑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값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규제가 없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폐지방은 세포외기질과 콜라겐을 뽑아 인공피부, 의약품, 의료기기 원료로 쓸 수 있다. 1㎏에 약 2억원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지방흡입술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한국에서 버려지는 폐지방은 연 20만㎏에 이른다.
부처 간 핑퐁게임에 속타는 업체들
1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규제 완화를 약속한 폐기물관리법은 3년째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 들어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복지부는 이와 관련한 협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현재는 시험·연구 목적에 한해 폐지방 처리를 허용한다. 의료폐기물은 폐기물 전문업체가 모두 수거해 소각하도록 돼 있다. 폐지방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미용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본인 신체에서 나온 폐지방만 쓸 수 있다. 지방흡입술 시행 후 나오는 타인의 폐지방을 활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렇다 보니 상업용 제품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외에선 폐지방 재활용 활발

폐지방은 업계에선 금보다도 비싼 고부가가치 물질로 보고 있다. 성인이 복부 지방흡입술을 하면 폐지방이 3~10㎏가량 나온다. ㎏당 6~15g의 세포외기질을 추출할 수 있다. 세포외기질은 필러를 비롯해 관절 수술 시 인체 구멍에 넣는 조직 수복제, 화상에 쓰는 창상 회복 연고 등을 만들 수 있다. 세포외기질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콜라겐은 5㎎당 약 61만원으로 금(232원)보다 2600배가량 비싸다.
미국은 2014년 죽은 사람이 기증한 피부에서 떼낸 지방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