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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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 차원에서 내년 3월 이후로 미뤄놓은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대책에 대해 “적응할 시간을 두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조금 더 늦게 갚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긴 발언이다. 은 위원장은 주식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모든 개인에게 허용하는 것보다 전문투자자에게 먼저 공매도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온라인 송년간담회를 열어 “코로나19 금융 지원과 관련한 연착륙 계획에 동감한다”며 “내년 3월 이후 지원이 딱 끊기는 날부터 돈을 회수하는 게 아니고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적응할 기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모든 금융권에서 6개월 동안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가 이뤄지도록 했다. 대출 원리금을 나중에 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내년 3월 이후로 한 차례 더 연장됐다. 은 위원장은 “내년 1월부터 금융권과 산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공매도, 전문투자자에게 먼저 허용한 뒤 개인으로 확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다…코로나 금융지원 연착륙 필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은 현재 금융정책이 상충하는 세 가지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하는데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가만 놔둘 수도 없어서다.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다.

대출만기 연장 115조원 넘어

은성수 "코로나 대출 연장, 연착륙 방안 필요"
은 위원장은 일단 코로나19 극복이 우선이라고 봤다. 그는 “큰 흐름에서 보면 지금은 자금을 유연하게 공급하는 것이 맞다”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4일까지 금융권에서 이뤄진 대출만기 연장은 115조원이 넘는다. 정책금융기관들이 만기를 늦춰준 보증 규모도 34조원 이상이다. 다만 은 위원장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나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만기 연장 대신 연착륙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전체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으면서 내년 1분기에 가계대출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때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4%대 후반이었던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 10월과 11월에는 7%까지 가파르게 올랐다”며 “2~3년 정도의 장기적인 호흡으로 가계부채 문제에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일부 보험사가 내년 실손의료 보험료가 2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고객에게 고지한 것을 두고선 “(실손보험의) 공공적 성격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보험업계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가 실질적으로 자회사 경영을 주도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금융지주회장의 책임성 제고를 위해 추가 법률 개정 수요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17곳 감독 마무리

주식시장과 관련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매도에 대해서는 개인들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금융위는 개인들이 공매도할 주식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시스템(K대주시스템)을 구축해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에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다”며 “다만 적격투자자나 전문투자자만 사모펀드 투자가 가능하듯이 공매도도 관련 경험·자산이 있거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단 허용하고 넓혀가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공매도 전반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은 위원장은 “불법 공매도를 사후 적발하는 시스템만 구축해도 소기의 목적을 99% 이상 달성할 수 있다”며 “거래소의 관련 시스템을 강화하고 불법 공매도를 점검하는 주기도 단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올해 가장 아쉬운 점으로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감독 실패를 꼽았다. 그는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 등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점은 무엇보다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은 위원장의 지시로 지난 8월부터 금융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 등 업계의 전수점검과 금감원 전담검사단의 운용사 현장검사 등 ‘투트랙’으로 이뤄진다. 은 위원장은 “전수점검은 지난 4일 기준 40% 정도 완료됐고 내년 1분기엔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까지 17개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다. 은 위원장은 “검사 결과 미비한 것으로 드러난 운용사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서/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