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금남로 상가 둘러싼 판결 불만, 번번이 화풀이성 범죄로 표출
6년 전 지하철 방화범의 뒤틀린 분노…또 건물 불지르고 붙잡혀
'출소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

'
감옥 안에서 상습적으로 협박 편지를 보낸 방화범은 우범자 관리에 나선 경찰의 우려대로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15일 경찰에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조모(77)씨는 해묵은 분노를 번번이 화풀이성 방화로 표출했다.

조씨의 분노는 광주 동구 금남로 한 상가건물 지하 유흥업소에서 정화조가 역류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물 지하를 빌려 유흥업소를 운영한 조씨는 공동 건물주였던 광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씨는 수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1천만원 상당만 광주시와 보험사가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10여 년간 소송을 이어간 조씨는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2014년 5월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향하던 전동차에는 승객 약 370명이 타고 있었는데 역무원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조씨는 '억울함을 널리,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겠다'는 의도에 범행 장소를 인파가 붐비는 서울 지하철로 선택했다.

당시 그는 약 20일 전부터 방화를 준비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최초로 범행을 시도하려 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몇 개 정거장을 지나쳤다.

체포된 조씨는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출소했다.

조씨는 억울함을 풀지 못했는지 교도소 안에서 광주시, 광주시로부터 해당 건물 사무실을 빌려 쓴 동구청에 여러 차례 협박 편지를 보냈다.

6년 전 지하철 방화범의 뒤틀린 분노…또 건물 불지르고 붙잡혀
치안 당국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둔 시기에 조씨가 출소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재범 가능성에 긴장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조씨는 출소 후 상가 건물 지하층 임차 권리가 유효함을 주장하며 유흥업소 자리를 개조해 주차장을 운영했다.

광주시와 건물을 공동으로 소유한 민간인이 조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씨의 건물 지하층 점유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뒤틀린 그의 분노가 또 한 번 폭발했다.

조씨는 서울 지하철 방화 때와 같은 의도로 다량의 인화성 물질을 챙겨 15일 0시 30분께 건물 뒤편을 통해 침입했다.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조씨는 범행을 멈추고 건물 구석에 몸을 숨겼다.

경찰이 상가 안팎을 수색하는 사이 조씨는 계단과 곳곳에 인화성 물질을 뿌렸다.

오전 3시께 이물질에 불을 붙인 조씨는 어둠을 이용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수색을 이어가던 경찰은 계단 구석에서 불꽃을 발견하고 인화성 물질로 불길이 번지기 전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마쳤다.

취약시간대 대형 화재로 번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상가 폐쇄회로(CC)TV 영상 속 흐릿한 얼굴이 '방화 우범자'임을 알아챈 경찰은 건물 내외부 수색과 추적을 병행했다.

경찰은 지인 집으로 달아난 조씨 소재를 파악하고 곧바로 검거에 나섰다.

건물 상태를 살펴보고자 방화 현장을 다시 찾아가려던 조씨는 오전 4시 15분께 거리에서 형사들에게 붙들렸다.

경찰은 사안 중대성과 도주 가능성 등을 고려해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