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차례 해외 근무에서 만났던 최고의 현지 직원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함께 일했던 귤친이다. 그는 어려운 조사업무나 복잡한 일을 맡겨도 스마트하게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귤친은 마음 내키지 않으면 요령을 피워 대충 일을 처리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느날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지적했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오갔다. 이후 귤친은 1년간 예전처럼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1년후 그는 나에게 사표를 쓰겠다고 했다. 과거의 그 일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나는 귤친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고, 귤친 역시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어떤 현지 직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주재원 생활의 승패가 달려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배운 진리다."

장수영 KOTRA외투기업 채용팀장이 최근 펴낸 '웰컴투 해외주재원의 세계'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장 팀장은 1998년 프랑스 파리로의 첫 발령이후 터키,뉴질랜드,이탈리아 등 모두 다섯차례 KOTRA 해외 무역관 주재원 생활을 했습니다. "오랜 주재원 생활을 하다보니 다른 기업 주재원들의 이런저런 어려움이 눈에 보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책을 펴낸 계기가 됐다네요. 장 팀장은 "현지 직원의 단점만 지적하다가 주재기간 내내 아웃사이더로 지낸 주재원, 무턱대고 거주지를 정해 4년간 스트레스를 받은 주재원, 충동적인 자녀 학교 결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주재원 등을 보면서 주재원들의 고충을 해결해 줄 책 한권 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책을 쓰게 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이 책은 △해외 주재원의 준비법 △최고의 주재원을 만드는 비밀 △개인과 가족에게도 축복 등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외주재원에 대한 진실과 오해 25가지도 부록으로 재미가 있습니다. KOTRA 직원들은 3~4년마다 해외 무역관에 의무적으로 파견을 나갑니다. 이런 경험의 노하우 때문에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주재원 파견에 앞서 KOTRA직원을 초청해 직접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하늘길이 막힌' 코로나시대 웬 해외주재원이냐고 말하겠지만, 장 팀장은 "코로나가 끝나면 파견됐던 주재원들이 귀국하고 또 다른 주재원을 내보내야 하는 '선수교체'의 시기가 곧 올 것"이라며 "인사부가 지금 준비한다면 최고의 주재원을 파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장 팀장의 도움으로 '코로나 이후 인사부가 기억해야 할 해외주재원 파견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곧 주재원 교체의 때 온다"...주재원 파견시 인사부가 고려할 10가지
◆자격을 갖춘 주재원 인재 pool을 확보하라
훌륭한 주재원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주재원에게 필요한 기준을 공지하라.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직원 스스로 노력하게 하고, 회사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라. 그렇게 해서 확보된 주재원 인재 pool을 활용, 해외조직에 체계적으로 인재를 공급하라.

◆외국어만 보고 주재원을 뽑지 마라
외국어는 주재원에게 필요한 중요한 자질임에 틀림없지만, 외국어가 주재원 선발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본적인 외국어 실력을 갖추었다면 그 외의 능력을 측정하라. 업무능력, 이문화 소양, 인성, 태도 등이 외국어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이문화 교육을 대폭 강화하라
이문화 소양은 측정이 어렵고, 교육으로도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 해외 경험이 많다고 이문화 소양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교육에 참여시켜라.

◆최소 2개월의 부임 준비 기간을 부여하라
가족 전체가 약 4년을 해외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 주재원이다. 준비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부임 전의 체계적인 준비는 성공적인 주재원 생활의 출발점이다. 최소 2개월은 국내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라.

◆직원의 전문성과 발전 가능성을 발령에 반영하라
실적 보상 차원에서 해외발령을 이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직원의 지역 및 업무 적합성과 발전 가능성을 발령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기업의 핵심역량인 해외주재원을 제대로 활용하라.

◆직급이 높을수록 전문성을 살리는 발령을 내라
연령대와 직급이 높은 간부 직원은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 지식, 인맥 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하라. 직원들을 통솔하고 리드해야 할 고위직 간부가 새로운 업무와 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허둥대서는 곤란하다.

◆파견 전 현지 경험자를 만나게 하라
부임지를 사전에 공부하는 방법으로 경험자의 조언만큼 좋은 것은 없다. 사내에 경험자가 있다면 만남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회사 경험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라. 선배만 한 선생이 없다.

◆주재원의 안전을 확보하라
한국보다 안전한 곳 별로 없다. 주택, 사무실, 차량의 안전을 확보하고, 위급할 때 작동하는 위기 관리망을 구축하라.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주재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주위의 현지인이 될 수 있음도 알게 하라. 안전 교육은 주재원 발령자 교육에 반드시 포함하라.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공유하라
주재원들이 각지에서 겪는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라. 그 결과를 회사 내 주재원 모두와 공유하라. 동료가 직접 겪은 사례는 훌륭한 학습 재료가 된다.

◆주재원의 글로벌 통찰력에 귀 기울여라
주재원은 오랜 기간 글로벌 현장을 직접 뛴 사람들이다. 국내에서만 근무한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글로벌 통찰력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조직에 도움이 될 소중한 힌트를 찾아내라.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2019년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직물 전시회의 한국관에서 주재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2019년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직물 전시회의 한국관에서 주재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