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차라리 문닫는게 낫다. 근데 생계는…" 부산 2.5단계 첫날
"차라리 문 닫고 코로나19가 아예 종식되는 게 낫다 싶다가도 생계는 어떻게 유지할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부산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15일부터 2.5단계로 강화됐다.

지난 1일부터 2단계로 격상,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15일.
이날 오전 0시부터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 5종과 함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도 집합이 금지됐다.

그나마 오후 9시까지 문을 열어왔던 헬스장 곳곳은 이날부터 아예 문을 닫아걸었다.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는 현실에 곳곳에서 하소연을 비롯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켠에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역에 지친 듯 "차라리 이번 기회에 업소 문을 아예 닫음으로써 정상화 시일을 앞당길 수도…"라며 막연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거리두기 2단계 당시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다 보니 오히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우려됐다며 2.5단계 강화 조치에 수긍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구 헬스장에서 근무하는 박모(27)씨는 "2단계 초창기에만 방문하는 이들이 줄었을 뿐 최근에는 다시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퇴근 이후인 오후 7∼9시 사람이 몰려 오히려 감염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2주간 일을 할 수 없게 돼 그동안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2단계 때부터 오후 9시 이후 업장내 영업이 금지된 식당, 카페, 편의점과 포장마차에 이어 영화관, PC방, 학원, 일정 규모 이상 상점 등 일반관리 시설도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금지됐다.

[르포] "차라리 문닫는게 낫다. 근데 생계는…" 부산 2.5단계 첫날
이들 시설 중 PC방과 학원은 학생들이나 직장인이 일과 후 많이 찾는 곳이라 '오후 9시 시간제한'에 타격이 만만찮다.

남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장 손님들이 많이 찾을 때인데…"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주 고객인 학교 인근 PC방들은 더 곤경에 처했다.

중구 또 다른 PC방 업주는 "다른 곳에서 PC방을 운영하다 학생들이 많은 곳으로 이전해왔는데 영업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손님 60∼80%가 학생이고 곧 방학이 다가와 기대가 컸는데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욕장업 종사자 역시 겨울철 대목을 놓쳐 아쉽다는 분위기다.

2.5단계의 경우 사우나, 찜질방 시설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목욕탕은 그나마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목욕탕이 확진자 동선에 종종 포함되면서 거리두기 격상과 무관하게 손님들 발걸음이 끊긴 지 오래다.

목욕탕 운영주들은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서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50대 업주는 "겨울이라 난방을 계속 틀고, 물세와 전기세는 꾸준히 나가다 보니 차비도 안 나온다"며 "예년대로라면 언 몸을 녹이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손님이 찾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애초 '달 목욕'을 신청한 일부 사람들이 아침 일찍 오는 것을 제외하곤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르포] "차라리 문닫는게 낫다. 근데 생계는…" 부산 2.5단계 첫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