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가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두 나라 모두 첫 접종자로 간호사를 택했다.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뉴욕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 42개 주에 이날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이 도착했다. 모두 290만 회분으로 145만 명에게 맞힐 수 있다. 첫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뉴욕 롱아일랜드 주이시병원의 흑인 여성 간호사인 샌드라 린지(52)다. 린지는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조부모 손에서 자란 이민자 출신이다.

그는 “백신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는 시작이기를 바란다”며 “백신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대중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첫 백신 접종자가 흑인 간호사인 이유는 미국에서 소수 인종의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데다 이들 중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 백신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화이자는 올해 미국에 2500만 회 투여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긴급사용 승인을 앞두고 있는 모더나는 별도로 2000만 회 물량을 배포하기로 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내년 2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중 접종은 내년 2월 말부터 가능할 것 같다”며 “내년 초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나오면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 원장은 “백신을 맞으면 거의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겠지만 전염 가능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집단 면역 전까지는 마스크 쓰기 등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확산할 경우 전면적인 봉쇄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694만 명, 사망자는 31만8000명에 달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