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달리는 공기청정기'
서울 충정로역을 지나는 370번 시내버스가 달라졌다. 산뜻한 디자인에 ‘친환경 수소버스’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어제부터 운행된 이 수소버스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미세먼지 정화 능력까지 갖춰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린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이런 수소버스를 1000대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소차는 화석연료 대신 산소와 수소의 반응으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한다.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전혀 내뿜지 않는 ‘완전 친환경차’다. 에너지 효율도 최대 85%에 달해 가솔린 27%, 디젤 35%보다 높다. 30㎏의 수소를 20분 만에 충전해 450㎞를 달릴 수 있다.

370번 수소버스를 만든 회사는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전 세계 수소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 6664대 중 현대차의 점유율이 73.8%(4917대)로 압도적이다. 2~3위인 일본 도요타(11.5%, 767대), 혼다(2.8%, 187대)와는 격차가 크다. 그 뒤를 중국 우룽자동차(2.1%, 140대)와 골든드래곤(1.9%, 128대)이 잇고 있다.

현대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수소경제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국의 수소충전소가 40개밖에 안 된다. 일본 135개, 중국 100개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서울에도 4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개를 조성하고 국내 운행 수소차를 8만1000대로 늘리겠다지만, 충전소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수소경제 관련 특허 출원도 미흡한 상태다. 세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약 30%인 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에 따르면 2040년 세계 신차 4대 중 1대는 수소차(3500만 대)가 될 전망이다.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그만큼 뜨겁다. 지난 7월 ‘수소연합’을 창설한 유럽연합(EU)은 올해 20억유로(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역내 수소경제 시장을 2030년까지 1400억유로(약 190조원)로 키우기로 했다.

그나마 2013년 세계 첫 수소차를 개발한 현대차가 우리에겐 희망이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전기차 연구에서는 일본에 뒤졌지만, 수소차 분야에서는 한발 앞섰다. 승용차와 버스에 이어 수소트럭(엑시언트) 시장까지 선점한 우리 기술력이 자랑스럽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