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길 할머니의 94번째 생일이었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만나 뵐 길이 없어 축하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지인들과 식사자리에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나눈다는 것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됐다."

코로나 시국에서 와인파티를 즐기고 그 배경은 길원옥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해명이 진위 논란에 휘말렸다.

길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은 14일 다수 매체를 통해 "연락받은 일이 없다"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길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며느리 조모씨도 조선일보에 "길 할머니 생일을 전후해 윤 의원의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중증 치매를 앓는 길 할머니는 지난 6월 정의연 마포 쉼터를 떠나 양아들 황선희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인천의 한 교회로 거처를 옮겼다.

윤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인들과 와인잔을 건배하는 사진을 올렸다.

코로나 확산 시국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윤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13일 "12월 7일 월요일은 길 할머니의 94번째 생일이어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나누려 자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당사자 없는 생일파티가 세상에 어디에 있나", "길 할머니는 94세가 아닌 92세다"등의 비판에 직면했다.
커져가는 윤미향 와인파티 미스터리…길 할머니측 "연락 없었다"
이날이 길 할머니가 아닌 윤 의원 본인 생일 파티가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포털사이트에 10월 23일로 올라와있는 윤 의원의 생일이 음력 기준이라면 양력으로 바꿀 시 12월 7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윤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길 할머니 측에 연락을 안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해명 그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윤 의원의 생일은 ‘양력’ 10월 23일로 해당일이 윤 의원 생일이라는 의혹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에 대해 '내로남불' 비판까지 더해진 것은 7일 윤 의원실 SNS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는 점이다.

윤 의원 측은 와인파티를 벌인 당일 "다함께 모여 한해를 마무리하는 기쁨을 나누어야 할 때이지만, 무엇보다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잠시 멈춰 주시라"고 당부했다. "마음으로 연대한다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도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 의원의 사과 이후 "이런 뉴스까지 듣게 해 국민 가슴에 천불 나게 해야 하나"라며 "운동권의 물주로 불렸던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전 대표로서 윤 의원에겐 아직도 잔치가 끝나지 않았나 보다"라고 비아냥거렸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윤 의원이 길원옥 할머니를 거론한 것을 두고 "윤 의원은 치매 증상이 있는 위안부 피해자의 성금을 가로챈 준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 피해 당사자가 길 할머니"라며 "재판받는 억울함에 할머니를 조롱한 것으로 비쳐진다"고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정의연의 회계부실, 보조금·기부금 유용 의혹 등을 수사한 뒤, 윤미향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준사기 등 8개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에게 거액의 기부를 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는 윤 의원의 행위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사기죄와 관련해 법정에 어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