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달걀 판매대 앞의 모습./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달걀 판매대 앞의 모습./사진=이미경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달걀을 찾는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김모 씨(43·여)는 "전남 지역에서 확산되던 AI가 경기도 김포까지 번졌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달걀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마트를 방문해 달걀을 구입한 황모 씨(34·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밥을 많이 해먹다 보니 평소보다 달걀 소비량이 많다"며 "3주 전과 비교했을 때 가격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앞으로 가격이 오르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 AI는 전라도 지역을 넘어 경기 김포 등 전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전북 정읍의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올해 첫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이후, 경북 상주, 전남 영암, 경기 여주, 충북 음성 등에서 확진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달걀 판매가 일시 중단된 사례도 있다. 서울 성동구의 이마트 왕십리점은 지난 9일 '어제 낳아 오늘만 판매하는 계란'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달걀을 생산하는 농장이 경기 여주 AI 발생 지역 3km 이내에 있어 예방 차원으로 산란계를 전량 살처분했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은 지난 14일 판매 재개됐다.
2016~2017년에는 국내 산란계 36%가 처분돼 달걀 한 판(30개)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당시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수입했던 미국산 달걀은 우리나라 달걀과 달리 하얀 달걀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2016~2017년에는 국내 산란계 36%가 처분돼 달걀 한 판(30개)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당시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수입했던 미국산 달걀은 우리나라 달걀과 달리 하얀 달걀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확산되는 AI에 4년 전 '달걀 파동'을 떠올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직장인 박모 씨(53)는 "2016년 폐사한 닭이 많아 달걀이 부족해져 식당에서 계란말이와 같은 반찬은 안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미국에서 하얀 달걀을 수입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재연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2016~2017년 달걀 파동 당시 국내 산란계 36%가 살처분되면서 달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달걀 한 판(30개)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해 '금란(金卵)'으로도 불렸다. 당시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수입했던 미국산 달걀은 우리나라 달걀과 달리 하얀 달걀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달걀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계란(특란) 30개 소매 평균 가격은 5580원으로 전년(5344원)과 큰 차이가 없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아직은 AI 유행 초기단계라 공급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확산세에 따라 소비 심리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확산세가 심해질 경우 달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으니 방역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트업계 역시 달걀 가격과 관련해 아직까지 특이 동향은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식에서 소비되는 달걀이 적어지다보니 달걀 공급량 역시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AI 확산세를 예의주시하며 수급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피겠다"고 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