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와인 수입업체인 신동와인은 2012년부터 스페인의 와인 명가 ‘토레스’가 칠레에서 만든 제품들을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만소 데 벨라스코
만소 데 벨라스코
1870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토레스는 새로운 품종 개발 등 적극적인 투자로 저가 와인으로 인식되던 스페인 와인을 최상급으로 발전시킨 와이너리다. 토레스 대표 와인 ‘마스 라 플라나’ 1970년산은 1979년 프랑스 파리 올림피아드에서 ‘샤또 라뚜르’ 등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와인의 검정색 라벨 때문에 ‘유럽의 검은 전설’로 불린다.

1979년에는 칠레 와인의 가능성을 보고 외국인 회사 최초로 칠레에 진출해 ‘미구엘 토레스 칠레’를 설립했다. 토레스 4대손인 미구엘 토레스가 오너다.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대표 상품인 ‘만소 데 벨라스코’는 115년 이상 고목에서 재배된 포도만으로 만든 와인이다. 1년에 약 7만2000병만 생산되는 한정판 와인으로 블랙베리와 카시스 등 검정색 과일의 깊은 향과 가죽 향이 특징이다. 신동와인에서는 이 제품을 리뉴얼해 판매한다.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운영 원칙은 공정무역과 사회 환원이다. 소농의 포도수확 매입 가격을 공정하게 지불하고, 근로자들의 근무 조건을 보장하며 생산 과정 전반에 걸쳐 환경보호 정책에 신경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타디그나 에스텔라도
산타디그나 에스텔라도
칠레 와인 시장에선 대기업 생산자와 소규모 포도 재배 농가들의 힘의 불균형이 문제였다. 진출 초기 공정 무역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토레스 와이너리는 소규모 농가에 적합한 보상이 주어져야 결과적으로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대기업 생산자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하도록 설득했다.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마케팅 활동도 했다. 이런 활동의 결과로 토레스 칠레는 2012년 설립된 칠레 공정무역협회의 창립 파트너가 됐다.

토레스 칠레는 공정무역 활동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성과도 거뒀다. 소규모 포도 농가들이 재배하던 전통적인 품종을 재발견한 것이다. 칠레에 500여 년 전 들어온 가장 오래된 품종이나 대중에게 잊혀진 ‘파이스(Pas)’다. 토레스 칠레는 파이스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인 ‘산타디그나 에스텔라도’를 출시했다.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 방식으로 생산한 이 와인은 세계 스파클링 와인 대회에서 수상했다. 2011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