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글로벌 금융산업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미국의 JP모건이나 중국의 공상은행 중 고민할 것이다. 사실, 2005년 당시엔 미국 금융의 시가총액 상위는 씨티그룹, JP모건 등 전통 금융사들의 차지였고, 공상은행, 농업은행 등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들의 상장이 연이어 이뤄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글로벌 금융주를 견인했던 것은 은행주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핀테크라는 개념이 등장하며 금융주 시가총액의 중심은 전통 금융사에서 금융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러셀 금융업종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순위는 1위 벅셔해서웨이를 시작으로 비자, 마스터카드, JP모건, 페이팔 순으로 이뤄져 있다. 애플, 아마존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벅셔해서웨이를 제외하면 상위 5개 금융사 중 전통 금융사는 JP모건 단 1개 기업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1)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고객 접점의 이동이 본격화되었고, 2) 저금리 기조 속 정보 접근성 제고는 소비자의 능동적 구매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3) 전통 금융사대비 자본금 규모가 작은 금융 플랫폼의 밸류에이션 확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금융 플랫폼들은 과거 가맹점 결제에 집중했던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 플랫폼들은 기존 가맹점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결제 앱을 중심으로 가입자 생태계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결제 앱에 수신 기능까지 결합하며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금융 플랫폼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돈이 되는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가맹점은 물론 소비자들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생태계로의 유입과 생태계 구성원의 발전을 강화하는, 즉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 구축이 목적인 것이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전략은 이제 미국의 페이팔과 스퀘어는 물론,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 세계 각국의 플랫폼들의 공통된 지향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진화의 성공 여부가 금융 플랫폼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이미 금융 산업의 시가총액 순위가 크게 뒤바뀌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국내외 대형 테크핀들이 상장되며 다시 한 번 금융주 시가총액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신성장 금융에 대한 투자 대안이 얼마 없었던 한국의 금융주도 내년 대형 테크핀들이 상장될 경우, 시장 투자자들의 금융주 투자 대안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