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지·제주맥주 성공 뒤엔 농식품모태펀드
“농식품모태펀드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프레시지는 없었을 겁니다. 생산시설 투자가 절실했던 결정적 순간에 도움을 받았죠.”(정중교 프레시지 대표)

국내 식품시장에서 ‘밀키트(반조리 식재료)’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프레시지는 창업 초기인 2017년부터 6개월간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로부터 벤처 투자를 받았다. 당시 투자받은 금액은 45억원. 첫 공장을 짓는 데 사용했다. 프레시지는 그 덕에 창업 5년 만에 연 매출 15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설립 10년을 맞은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농식품모태펀드)가 벤처업계의 도우미로 주목받고 있다. 농식품모태펀드는 민간 투자회사들과 정부가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농업·수산업·식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관리를 맡고, 펀드에 참여하는 투자회사가 스타트업을 선정한다. 정부가 현재까지 예산으로 4897억원을 투입했고, 민간 투자사들이 자금을 더해 펀드를 키웠다. 현재까지 펀드 조성액은 1조3448억원.

투자 범위는 ‘농·수산업, 식품 분야 사업자’로 제한돼 있다. “농·수산업·식품 분야 벤처기업이 다른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 기반 스타트업과 같은 선상에서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특정 분야에서만 제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펀드가 있어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관련 벤처업계의 평가다.

농식품모태펀드는 그동안 프레시지뿐 아니라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수제맥주 전문기업 제주맥주, 공유주방 위쿡 등에 투자해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투자기업 458곳 중 22곳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투자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펀드 누적 수익률은 48%에 달한다.

농금원은 17일 오후 2시 펀드 10주년 기념 포럼을 열고 온라인 생중계한다. 정성봉 농금원 투자운용본부장, 김태영 삼정KPMG 이사, 투자회사 소풍의 한상엽 대표, 탭앤젤파트너스의 진영아 부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온다. 그간의 펀드 성과와 역할을 점검하고, 농식품 분야 창업 활성화 방안과 업계 투자 동향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유튜브 채널 ‘농식품모태펀드’에서 누구나 시청 가능하다.

민연태 농금원 원장(사진)은 “지난 10년은 치열한 벤처투자 환경 속에서 농·수산업과 식품업이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자리잡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농식품 기업의 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