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인터넷사이트와 모바일 앱으로 직접 구입하는 온라인쇼핑족이 급증하고 있다. 주식 열풍을 만들어낸 스마트한 투자자들이 위축된 펀드시장에서도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11월 말 기준) 온라인펀드 순자산(AUM)은 전년 대비 29.5% 늘었다. 2017년 10조원대에 진입한 뒤 작년 11조6000억원 수준에 그쳤던 온라인펀드 순자산이 올 들어 처음으로 15조원을 넘어섰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풍에 펀드시장이 전례없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나타난 상승세다. 실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만 올해 5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운용·판매수수료를 내야 하는 펀드 대신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간 탓이다. 펀드 전체 자산이 감소하는 동안에도 온라인 판매는 늘었다는 게 이례적이다.

펀드는 지점과 같은 오프라인 판매 펀드와 은행이나 증권사 웹사이트, 모바일에서 판매되는 펀드로 구분된다. 똑같은 방식으로 운용되지만 온라인에서 판매된 펀드라는 점을 구분하기 위해 상품 클래스에 ‘e’가 붙는다. 예를 들어 NH-Amundi 그린코리아 펀드의 경우 선취수수료를 내면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펀드는 ‘Ae’라는 클래스로 분류된다. 온라인을 통해 투자자가 직접 상품에 가입하는 만큼 판매수수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0.6%의 판매보수를 내야 하는 NH-Amundi 그린코리아 펀드를 온라인에서 가입할 경우 0.3%로 수수료가 내려간다.

레버리지 펀드로 베팅하는 개미들도 상당수 온라인펀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과 달리 거래세가 붙지 않는 덕분에 주가 움직임에 따라 두 배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펀드 투자 시점을 주가 흐름에 따라 온라인 펀드 매매로 조절하는 것이다.

판매수수료가 50%로 줄어드는 데다 창구를 방문한 뒤 거쳐야 하는 복잡한 가입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펀드 구조나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이 똑똑해지면서 온라인 쇼핑하듯 간편하게 펀드를 구입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펀드도 물건을 사듯 간편하게 가입하길 원하고 있다”며 “펀드 환매 이후 재가입하는 경우 온라인 펀드를 찾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펀드 온라인쇼핑족을 위해 자산운용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홈페이지를 온라인쇼핑몰처럼 개편했다. 홈페이지 개편 때 온라인쇼핑몰 사이트 개발업체와 손잡고 ‘장바구니’ 기능 등 친숙한 코너를 넣었다.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에 나서는 운용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주식 열풍에 밀려 펀드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아직 ‘직판’ 성과가 크지 않지만 판매망 독립을 위해 직판에 뛰어드는 자산운용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온라인판매, 직판 등을 넘어 향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펀드 판매가 연결된다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