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文 한마디에 '즉흥 정책' 일사천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정 임대료'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 정책결정 구조 논란
종부세 인상·부동산감시기구 이어
최고금리 인하도 시작은 '文 한마디'
與, 공정 임대료도 벌써 입법 채비
문재인 정부 정책결정 구조 논란
종부세 인상·부동산감시기구 이어
최고금리 인하도 시작은 '文 한마디'
與, 공정 임대료도 벌써 입법 채비
지난 14일 “영업이 제한·금지된 자영업자가 임차료 부담까지 짊어지는 게 공정한 일인가”라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의 발언이 나오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는 비상이 걸렸다. 우선 ‘소상공인 임차료 부담 완화 대책’을 내놓은 게 불과 한 달 전(11월 12일)인데, 대통령 발언은 “그것으론 부족하다”는 질책성 주문이어서다.
다음으론 주문의 강도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어려운 자영업자에게서 임차료를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 곧이곧대로 이행하려면 임대료 강제 인하 등 강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발언이어서 당황스럽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대통령 뜻을 이행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도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일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하자 정부는 불과 8일 만에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로 올리는 파격적인 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국회에서 확정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부동산 감시기구’ 설치도 8월 10일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시작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주 후인 9월 2일 “시장 감시 역할을 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확정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당초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최고금리 인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였지만 대통령이 인하를 지시하자 입장을 바꿨다.
임대료 문제도 대통령 뜻대로 관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발언 직후 영업금지·제한 업종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게 하는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후 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16일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당내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대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많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보다도 대통령 한마디로 결정되는 정책이 많아졌다”며 “중요한 정책이 너무 손쉽게 결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렇게 ‘뚝딱’ 마련된 정책 대부분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거나 예상되는 것들이란 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대책도 그렇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태도 그렇고 대통령 지시를 곧이곧대로 따른 사안은 하나같이 심한 부작용과 논란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치(法治)주의가 아니라 인치(人治)주의로 흘러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한마디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정책이 너무 많다”며 “중요한 의사 결정일수록 폭넓은 사회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기본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다음으론 주문의 강도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어려운 자영업자에게서 임차료를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 곧이곧대로 이행하려면 임대료 강제 인하 등 강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발언이어서 당황스럽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대통령 뜻을 이행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한마디면 일사천리 진행
문 대통령이 촉발한 ‘공정 임대료’ 논란을 계기로 정책 의사결정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당정청 안에서는 물론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까지 머리를 맞대 충분한 숙의 끝에 결정해야 한다는 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대통령의 ‘한마디’로 결정, 강행하는 정책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종합부동산세 인상도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일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하자 정부는 불과 8일 만에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로 올리는 파격적인 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국회에서 확정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부동산 감시기구’ 설치도 8월 10일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시작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주 후인 9월 2일 “시장 감시 역할을 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확정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당초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최고금리 인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였지만 대통령이 인하를 지시하자 입장을 바꿨다.
임대료 문제도 대통령 뜻대로 관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발언 직후 영업금지·제한 업종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게 하는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후 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16일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당내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대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많다.
“법치 아닌 인치국가 되는 것 아닌가”
현 정부 초기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18년 종부세 1차 인상 때는 그해 초부터 보유세 강화론이 나왔지만 9월에야 확정됐다. 전문가 자문기구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꾸려 치열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도 했다. 이때는 9개월이 걸려 종부세 최고세율을 0.5%포인트 올렸는데, 올해는 불과 8일 만에 2.8%포인트 올리는 결정을 내렸다.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보다도 대통령 한마디로 결정되는 정책이 많아졌다”며 “중요한 정책이 너무 손쉽게 결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렇게 ‘뚝딱’ 마련된 정책 대부분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거나 예상되는 것들이란 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대책도 그렇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태도 그렇고 대통령 지시를 곧이곧대로 따른 사안은 하나같이 심한 부작용과 논란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치(法治)주의가 아니라 인치(人治)주의로 흘러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한마디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정책이 너무 많다”며 “중요한 의사 결정일수록 폭넓은 사회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기본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