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해 개성공단서 남한속옷 빼돌리다 탈북한 北장교

홍콩매체 인터뷰서 "한국에 3개 땅굴 정보 알려줘"

11년 전 탈북한 전직 북한군 중좌(중령)가 홍콩매체와 인터뷰에서 탈북과정과 한국 정착기에 대해 밝혔다.

성이 '한'이라고만 밝힌 63세의 이 남성은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2008년 개성공단에 배치된 부대의 영관급 장교였으며 그곳에서 생산되던 속옷을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자신의 딸을 위해 빼돌리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만 해도 개성공단이 번창 중이었기 때문에 그는 속옷과 함께 인삼도 빼돌려 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군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딸은 한국의 속옷 디자인과 품질에 반했고 이후 이를 주변에 팔게 됐다.

결국 이 일로 평양 당국의 감시를 느끼게 된 그의 딸은 군대 운전병이었던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압록강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다.

이후 중국 남부 윈난성에 도달한 이들은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도착해 현지 한국 대사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씨는 2008년 4월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이 사라진 것을 알았으며, 몇달 후 한국 정보원들의 도움으로 딸로부터 서울에 도착해 잘살고 있다는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 한국이 잘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딸의 전화를 받은 후 38년간의 군 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얼마 후 한국의 목사가 고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찾아와 그를 러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태국으로 인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방콕에서 다른 29명의 탈북자들과 함께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7개월간 조사를 받으면서 한국 당국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3개의 땅굴에 관한 정보 등 북한군 정보를 넘겨준 대가로 3억원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 돈으로 충남 서산에 땅을 사 가족과 정착했다.

한씨 딸의 탈출을 도왔던 남자친구도 이후 홀어머니와 함께 탈북에 성공해 딸과 결혼, 콩으로 만든 소시지 주머니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CMP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중국 접경지대에는 구멍이 많았고 많은 북한주민들이 가난을 피해 탈출할 수 있었지만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집권한 후에는 국경지대 감시가 강화됐고 왕래도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탈북자의 수는 급감했다면서, 한씨처럼 많은 가족이 성공적으로 탈북해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전했다.

한씨의 딸은 "탈북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며 "여기서는 일한 만큼 벌 수 있고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