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10배 넘게 몸집이 커진 디파이(DeFi)가 가상화폐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7년 가상화폐공개(ICO) 열풍이 있었다면 2020년은 디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디파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을 뜻한다. 쉽게 말해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끼지 않고도 예금, 대출, 결제, 투자 등 모든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시중의 거의 모든 디파이 상품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디파이 상품에 예치된 자금은 지난 17일 기준 162억달러(약 17조원)로 집계됐다. 6개월 전(12억달러)과 비교해 13.5배로 불어났다. 뭉칫돈을 끌어모은 비결은 후한 이자율이다. 가상화폐를 예치하면 연 수십~수백%의 이율을 얹어준다는 디파이 서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도 뛰어들었다.

ICO가 그랬듯 디파이에도 ‘혁신’이란 찬사와 ‘거품’이란 비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해외에선 파격적 수익률을 내걸고 돌려막기를 하다 걸린 디파이 거래소가 적지 않았다.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이 쓰기엔 개념과 사용법이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높은 이율이 디파이의 전부는 아니다. 블록체인업체 블로코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다수 디지털자산의 목적은 특정 조직에 귀속되지 않는 화폐·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디파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 금융권이 제공하던 다양한 금융상품을 세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분석했다. 국제 자금 거래의 시간·비용을 아끼고, 금융업이 발달하지 않은 저개발국에서도 폭넓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올 하반기 들어 급성장한 디파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업비트 계열 디파이업체 DXM의 유주용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디파이의 최대 장점은 자산 소유권을 중개자에게 넘기지 않고 소비자가 계속 보유하면서 다양한 금융옵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파이가 기존 금융을 전부 대체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이 사라진다면 국내에서도 디파이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