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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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킬링 타임(시간 때우기)용'으로 유튜브를 장기간 시청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무력감과 외로움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허만섭 교양대학 부교수는 지난달 이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확산 후 소셜미디어(SNS) 이용과 무력감·외로움 체감에 관한 연구' 제하의 논문을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에게 유튜브는 가장 많이 소비하는 소셜미디어다.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는 4319만명으로 전체 인구 5178만명 중 83%에 달했다.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도 29.5시간으로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12시간)의 약 2.5배에 이른다.

실제로 손 교수 등이 연구진은 지난 6월 성별과 전공이 고르게 분산된 대학생 149명을 대상으로 비대면기 소셜미디어(유튜브·카카오톡·인스타그램·페이스북·블로그·트위터 등 6개) 이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학생들의 하루 평균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매체는 유튜브였다. 코로나19 확산 전 평균 2시간22분에서 확산 후에는 3시간23분으로 1시간 가량 늘었다. 그 뒤를 카카오톡(1시간 44분→2시간 5분), 인스타그램 (52분→1시간 8분) 등이 이었다.

연구진이 이같은 설문을 바탕으로 다중회귀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간 보내기 목적의 유튜브 이용 동기가 클수록 대학생들의 무력감과 외로움의 체감 정도가 유의하게 커졌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시간 보내기 목적의 유튜브 이용 동기와 무력감 간 관계는 정적 상관 관계(표준화계수 β=0.354)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수준의 표준화계수는 시간 보내기 목적으로 유튜브를 이용할수록 무력감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을 때 무력감은 집에 있는 시간(표준화계수 β= 0.239)과 유튜브 이용 시간(표준화계수 β=0.149)에 비례해 더 커졌다.

비대면기 소셜미디어 이용에 대한 국내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서술형 답변을 바탕으로 한 질적 연구 결과도 설문조사 양적 분석 결과를 뒷받침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은 "코로나 이후 심한 날은 하루에 유튜브를 10시간 본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된 사람처럼 안 보고 싶은데도 보게 된다"며 "눈이 나빠지는 느낌과 함께 두통, 피로가 몰려오고 이대로 가다간 우울증에 걸려버릴 것 같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튜브를 자투리 시간에만 보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시간의 상당 부분을 유튜브 시청에 할애하게 돼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유튜브 중시청자(heavy user) 문제와 같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자기효능감'을 유지하기 위해 비대면기에도 소셜미디어 이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