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한 스키장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이 설원을 누비고 있다.(사진=뉴스1)
강원도 한 스키장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이 설원을 누비고 있다.(사진=뉴스1)
연일 전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일부 카드사가 스키장 관련 이벤트를 진행해 눈총을 받고 있다.

스키장이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카드사들까지 나서 굳이 스키장 관련 이벤트를 강행했어야 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스키장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카드사는 신한·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4개사다.

이들 카드사는 각각 △KB국민 11곳 △신한 10곳 △NH농협 8곳 △롯데 1곳의 스키장과 제휴를 맺고 리프트권, 장비렌탈, 스키강습 등의 할인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현대·하나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키장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BC카드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계약을 검토 중이다.

최근 강원도 평창에서 '스키장 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카드사 이벤트에 불똥이 튀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스키장 이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키장에서 코로나19 감염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전날 강원도 보건당국은 평창 스키장 아르바이트생 20대 4명과 60대 타지역 관광객 1명이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생 4명은 평창의 한 스키장과 관련된 감염이고, 60대 관광객은 스키장 이용자로 추정돼 보건당국이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평창의 한 스키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 4명과 이용객 1명, 스키장에서 위탁 운영 중인 스키학교 관련 2명 등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카드사들은 연간 계약이 체결돼 이벤트 중단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스키장을 보유한 리조트와 연간 계약이 체결돼 있어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스키장이 집합금지 명령을 받기 전까지 이벤트 중단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 계약이 돼 있던 이벤트이기 때문에 스키장에 가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스키장 관련 이벤트를 보도자료로 내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올해는 조용히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인 만큼, 카드사들이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별 확진자는 지난 15일 1078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1000명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스키장은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어서 방역 사각지대였다. 현재 정부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식당·카페 내 취식 금지, 스키장 집합금지 등이 건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와 스키장간 계약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과정에서 무턱대고 혜택을 선보이는 것보다 고객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