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기업들이 지분을 맞교환해 손을 잡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피와 다름없는 지분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관계를 맺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을 줄여 단숨에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여러 기업의 CFO들이 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업체 제넥신은 21일 툴젠의 창업자인 김진수 박사와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툴젠 지분 14.95%를 인수하고, 김 박사와 일부 재무적투자자에 자사 신주 42만9061주를 발행한다. 제넥신은 이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툴젠 신주 13만2626주를 추가로 사들인다. 거래가 완료되면 지분 16.64%를 확보해 김 박사를 제치고 툴젠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작년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에 실패했던 제넥신과 툴젠은 1년4개월 만에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로 손을 잡게 됐다.

물류업체 태웅로직스와 항공기 부품사 하이즈항공도 지난 14일 각자의 자사주를 교환해 상호 주주 관계를 맺었다. 이번 거래로 태웅로직스는 하이즈항공 지분 5.09%를, 하이즈항공은 태웅로직스 지분 2.93%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두 회사는 앞으로 힘을 합쳐 수소 저장(하이즈항공)과 운송(태웅로직스) 사업을 새 먹거리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분 교환에 가장 활발한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는 올 들어서도 ‘깜짝 혈맹’을 발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 주식 교환을 통해 CJ ENM(지분율 4.99%)‧스튜디오드래곤(6.26%)‧CJ대한통운(7.85%)의 주요 주주가 됐다. 네이버는 이 거래로 미래에셋대우(금융)와 YG엔터테인먼트(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콘텐츠·물류사업으로도 발을 넓힐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 역시 현재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와 상호 주주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속하게 사업영역을 넓히는 효과를 얻기 위해 지분교환 전략을 꺼내들고 있다. 혼자만의 힘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투입될 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과 손을 잡으면 이 같은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자사주를 활용해 파트너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초기투자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분 교환은 쉽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신사업 투자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만한 전략”이라며 “특히 이커머스, 콘텐츠, 플랫폼 등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이 같은 지분 교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