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나라는 소득세를 매월 미리 징수한 뒤 연말에 의료비 등을 소득액에서 제외해 세금을 줄여주는 등 정확한 연간 납부액을 산정하는 연말정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듬해 2월 돌려받는 세금 환급액이 클 수 있어(반대로 더 내야 할 수도 있음) '13월의 월급'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직장인이 국세청 홈텍스에서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접속하고 있다. 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대부분 나라는 소득세를 매월 미리 징수한 뒤 연말에 의료비 등을 소득액에서 제외해 세금을 줄여주는 등 정확한 연간 납부액을 산정하는 연말정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듬해 2월 돌려받는 세금 환급액이 클 수 있어(반대로 더 내야 할 수도 있음) '13월의 월급'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직장인이 국세청 홈텍스에서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접속하고 있다. 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세금은 인류가 농경사회에서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면서부터 거두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는 생산물을 차지하기 위한 공동체 내부에서 혹은 외부와 다툼이 생기자 질서를 유지하고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들에게 공동체 구성원들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 세금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세금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4000년께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한 부족장이 점토판에 징수 현황을 새긴 것이다. 세금이 국가의 형성과 함께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누가 얼마나 낼지 ‘뜨거운 감자’

세계 각국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고 여러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다양한 세금을 거두고 있다. 세금은 중앙정부가 거두는 국세와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하는 지방세로 크게 나뉜다. 국세는 또 나라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매기는 내국세와 외국과의 거래가 대상인 관세로 분류된다. 내국세나 지방세는 다시 일반적인 나라(지자체) 살림을 위해 걷는 보통세와 특별한 목적으로 징수하는 목적세로 구분된다. 목적세는 교육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농어촌특별세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걷고 해당 용도로만 써야 한다.

세금은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납세자)과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담세자)이 같은지에 따라 직접세와 간접세로 분류하기도 한다. 노동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은 사람이 내는 소득세나 사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획득한 법인이 내는 법인세, 재산을 상속이나 증여받은 사람이 내는 상속·증여세 등은 직접세다. 사람 기업 상속인 등에게 세금이 부과되고 그들이 직접 내기 때문이다. 반면 부가가치세나 특별소비세 등 간접세는 물건 가격에 포함돼 징수하기 때문에 납세자와 담세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물건을 판 기업 등이 세금을 납부하지만 사실상 물건을 구입한 사람이 물건을 살 때 함께 냈기 때문이다.

직접세와 간접세는 소득과 세금의 상관관계와 맞물려 항상 뜨거운 논쟁이 되곤 한다. 세금은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세율이 낮아지는 역진세, 세율이 일정한 비례세로 구분하기도 한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을수록 부담이 더 커지는 소득세가 대표적인 누진세로, 부자가 많은 세금을 내고 가난한 사람이 적게 내기(때로는 안 내기도 한다) 때문에 세금을 통해서 소득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 소득세를 포함한 직접세는 세금 납부자가 ‘내가 세금을 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갖고 있고 세율이 올라가거나 하면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반면 대표적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물건값에 포함돼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물건을 살 때마다 똑같이 내게 된다. 부가세는 물건을 많이 사면 많이 내고 적게 사면 적게 내므로 비례세이긴 하지만 역진적 성격(역진세는 아님)이 있다고 한다. 부자에게 물건값의 10%(현재 부가세 세율)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큰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간접세는 소비자들이 세금을 낸다는 느낌이 적어 세율이 올라가더라도 거부감이 적다.

소득·법인세 vs 부가가치세

내년부터 소득(과표 기준)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에게 현행(42%)보다 더 높은 45% 세율을 매기기로 하면서 ‘부자 증세’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현재 각종 감면 혜택으로 근로소득자의 38.9%, 흑자를 내고 있는 법인의 18.9%가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데 고소득자에게만 가혹한 세금을 매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소득 상위 1%가 근로·종합소득세수의 42%(2018년 기준)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자만 때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법인세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에 과도한 법인세를 과세하면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비용 부담이 적은 곳으로 이전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한국의 법인세는 가장 많이 내는 기업의 최고세율이 27.5%(지방세 2.5% 포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3.5%보다 높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법인세를 종전 35%에서 21%로 낮추면서 많은 해외 진출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등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를 보기도 했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와 법인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로 논란이 되는 것은 부가가치세다. 우리나라 3대 주요 국세 수입원은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인데 소득세와 법인세는 현재도 부담이 크므로 부가세 세율을 올려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충당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간접세는 역진적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반발이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중을 의미하는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한국이 20.0%로 OECD 평균(24.9%)보다 낮지만 미국(18.4%)에 비해서는 높다.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는 세금 인상은 결국 치열한 논쟁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하는 사안이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에 많이 쓰는 ‘고(高)부담 고복지’와 적게 거둬 적게 쓰는 ‘저(低)부담 저복지’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타당할까.

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직접세와 간접세 가운데 어느 쪽을 주로 올려야 할까.

③ 경제 침체의 타격이 저소득층에 더 큰 편인데 모두가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는 ‘보편 과세’ ‘넓은 세원(징수 대상자) 낮은 세율’ 원칙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