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exit(자금회수)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대체 어떤 보상을 기대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직 exit이 확정되지 않은 이 시점에 PEF 담당 파트너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게 좋은지도 모르겠고 해서요.”
상황을 더 들어보니 포트폴리오 회사에 합류하는 시점에 이른바 "‘exit 보너스’가 있을 것이다" 정도의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지급 방식이나 내역은 없었다는 겁니다. PEF마다 경영진들에 대한 성과 보상의 방식이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CFO를 포함하여 PEF의 포트폴리오의 경영진으로 합류하는 분들이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대기업, 외국계기업, 개인기업 등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명확한 CFO의 역할 수행과 그에 따른 커리어의 성장입니다. 두번째는 포트폴리오 회사의 성과 개선에 따른 단기적인 인센티브와 성공적인 exit에 따른 장기적인 인센티브죠.
첫번째는 굉장히 명확합니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6년 정도의 기간 동안,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PEF나 경영진이나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너의 전횡이나 사내 정치 또는 본사와의 갈등 등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이지요. 다만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엄청난 고생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걸 해결하는 동안 경험과 실력이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입니다.
그런 경험에다 성공적인 exit까지 얹어지면, 당연히 다음 커리어를 찾는 일은 쉬워집니다. PEF가 투자하는 기업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PEF와의 경험을 해본 경영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CFO는 그 ‘범용성’이라는 특성상, 더더욱 훌륭한 커리어가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일하는 VIG파트너스에서도 3회 연속 저희 포트폴리오 회사에 CFO로 함께 일하시는 분도 있고, CFO였다가 저희 포트폴리오의 CEO가 되어 일하시는 분도 두 분이나 계십니다. 아쉽게도 저희와 다시 일하지 않으시지만, 지금도 같은 회사 또는 이후 더 큰 회사에서 성공적으로 CFO를 하시는 분도 많으시고요.
반면 두번째는 좀 불명확한 것이 사실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PEF마다 경영진들에 대한 인센티브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해당 연도의 실적에 따른 단기 인센티브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비슷하고, 큰 고민거리도 아닙니다. 어차피 실적은 명확하게 재무제표에 드러나고, 재원도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 후배가 질문했던 것처럼 exit이라는 큰 이벤트에 결정되는 장기 인센티브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결정하는 방식 중 하나는 아예 합류를 하는 시점에, exit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금액을 미리 확정하는 것입니다. 투자원금 대비 회수 금액의 배수나 IRR(내부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결정된 금액을, 보너스나 자문료의 형태로 지급받는 것이죠.
조금 다르게는 경영진에게 주식을 인수하게 하거나 혹은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를 발행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방식에는 명확한 장단점이 있는데요. 대체로 글로벌, 리저널 PEF들은 후자를, 국내 PEF들은 전자를 채택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문제는 어떤 경우든 합류 시점에 명확히 문서화해주는 것이 좋은데, 앞선 사례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PEF의 포트폴리오에 CFO로 조인하는 걸 고민하신다면, 합류가 결정되는 시점에 exit 인센티브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합의하고 문서화해두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PEF측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이를 구체화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해두면 나중에 별다른 이견이 생기지 않아, 서로 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