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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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유지하고 있지만 국고채(국채)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대에 근접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국채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화된 영향이다. 내년에도 상당한 규모의 국채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도 순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내년 176조 국채 발행 부담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8일 연 0.963%로 전날보다 0.036%포인트 내렸다. 18일에는 내렸지만 지난 17일에는 0.01%포인트 오른 연 0.999%를 기록해 지난 4월29일(연 1.006%)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8월 5일 연 0.795%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직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17일 연 1.732%로 지난 1월20일(연 1.762%) 후 최고치다.

한은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 5월 사상 최저인 연 0.5%로 추가 인하했다. 하지만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벌리며 갈수록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채권 금리가 뛰는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각국에 속속 보급되면서 경기 전망이 개선된 영향이다. 통상 대내외 불확실성이 걷히고 경기전망이 밝아지면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도는 약화되고 국채 금리는 오르게 된다.
내년 국채 발행이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8.9%(45조7000억원) 늘어난 55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정부는 내년 국채 176조50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보다 1조90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2016~2019년 연평균 발행 규모인 10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재정 씀씀이를 늘리고 국채 발행을 늘릴 채비다. 미 국회에서 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타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책 등장 가능성에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연 0.9%대로 뛰기도 했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9일 열린 '제2회 국고채 발행전략 협의회'에서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외 확장재정에 따른 수급 부담도 국채시장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국채선물 순매도

외국인 투자자가 상당한 물량의 국채를 팔아치운 것도 국채 금리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들은 이달 1~18일 3년 만기 국채선물 2만2683계약(액면가 2조2683억원), 10년 만기 국채선물 2만8363계약(액면가 2조836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에만 국채선물 5조10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 11월에 3년, 10년 만기 국채선물을 각각 1만5202계약, 4만7949계약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국채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백신 보급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화된 영향이다. 연말에 장부를 결산하고 거래를 마감하는 이른바 '북클로징'에 나선 것도 작용했다.

외국인의 달러화 자금을 원화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스와프레이트)이 오르면서 국채 '차익거래' 유인도 약화됐다. 스와프레이트가 마이너스면 달러가 귀하다는 의미로 외국인이 달러로 원화를 바꾸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플러스면 달러로 원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외려 이자를 내야 한다.

올들어 10월까지 스와프레이트는 평균 연 -0.54%를 기록했다. 스와프레이트는 마이너스를 기록해 외국인은 국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국채 금리에 환차익도 거뒀다. 하지만 11월 들어 연 0.07%를 기록했고, 이달 평균은 0.1%대로 올라섰다. 그만큼 외국인의 투자수익이 줄어든다. 한은 관계자도 지난달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근의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순유출은 차익거래유인의 축소와 글로벌 경기개선 기대 등에 따른 위험선호의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차입비용이 올라가는 등 경영 여건이 보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