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왕'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 KAIST에 500억 쾌척하기까지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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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너의이름은 (47)
외국서 인정받은 신용으로 차관도입 계약 체결
주변 반대 무릅쓰고 참치 통조림 선보여 '대박'
유학 경험 바탕으로 증권업 진출…AI 인재양성 관심
외국서 인정받은 신용으로 차관도입 계약 체결
주변 반대 무릅쓰고 참치 통조림 선보여 '대박'
유학 경험 바탕으로 증권업 진출…AI 인재양성 관심
!['거꾸로지도' 앞에 선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그가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사진='동원그룹 50년사']](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01.24763471.1.jpg)
고령에 현업에서 물러났지만 AI에도 관심을 가지며 인재 양성을 위해 사재까지 출연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동원'(東遠),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청년 시절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에 실습선원으로 입문했던 김재철 명예회장 [사진=동원그룹 50년사]](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01.24763470.1.jpg)
동원그룹의 역사를 담은 '동원그룹 50년사'에 따르면 회사명인 '동원'(東遠)은 '전세계를 무대로 뛰는 동쪽의 나라'라는 뜻을 담았다. 김재철 명예회장 본인이 직접 작명했다. 회사 로고에는 지구의 날줄과 씨줄, '동녘 동(東)'자를 형상화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국내외 원양업계에서 베테랑 선장으로 인정받던 김재철 명예회장의 역량을 먼저 알아본 것은 일본이었다. 일본의 여러 기업으로부터 독자적으로 회사를 운영해보라는 권유를 받은 김재철 명예회장은 1969년 4월16일 동원산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서울 중구 명동의 작은 사무실에 터전을 마련한 동원의 시작은 직원 3명이 전부였다.
![동원 참치캔 생산 초기 광고와 생산라인 모습 [사진=동원그룹 50년사]](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01.24763468.1.jpg)
당시 국내에는 참치 통조림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일반 국민들은 참치가 어떤 생선인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는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참치 시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내수시장은 물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 참치캔 판매가 급증했다. "동원참치를 먹어보지 않는 국민이 없을 정도"라는 말까지 생겼다.
원양업과 전혀 다른 증권업으로 시선을 돌리다
![세네갈 국영 참치캔 기업 'SNCDS' 인수 후 공장 준공식장에서 마키 살(Macky sall) 세네갈 대통령과 김재철 명예회장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동원그룹 50년사]](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01.24763469.1.jpg)
김재철 명예회장은 미국에서 3개월간 공부하며 하버드대에서 MBA를 취득한 우수 학생들이 어디에 취업하는지 살폈다. 그들은 대부분 제조사가 아닌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를 선택했다. 자본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재들이 증권회사로 모이는 것을 목격한 그는 한국에서도 향후 증권업이 유망 산업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당시 마침 국내 증권업계 침체로 한신증권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매물로 나온 한신증권 입찰에 나서 지금의 한국투자증권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에 한양대에 30억원을 기부했다. 국내 최초 AI솔루션센터인 '한양 AI솔루션센터' 설립이 그 결과물이다. 동원은 이미 2017년부터 AI를 활용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하고 AI 면접을 시행하는 등 발 빠르게 AI 기술을 적용했다.
수십 년 동안 원양어선을 타고 한국인의 밥상에 참치 통조림을 올리면서 '참치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기부는 오래 됐다. 월급쟁이 시절부터 고향인 전남 강진 일대 학생들 학비를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1979년 사재 3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40년간 8000여명에게 장학사업, 연구비, 교육 발전기금 등으로 약 420억원을 지원했다.
김재철 회장의 다음 목적지는 '인공지능'
![KAIST에 500억 기부 김재철 동운그룹 명예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01.24763472.1.jpg)
그는 "AI 기술 발전을 위한 길을 고민한 끝에 우수한 교수진과 기초역량을 갖춘 KAIST를 떠올렸다"면서 "KAIST가 선두 주자가 돼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들을 많이 모셔오고 석·박사 과정 학생 수를 대폭 늘려 한국을 AI의 메카로 발전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카이스트는 2023년까지 서울 양재로 이전 예정인 AI 대학원 이름을 '김재철 AI 대학원'으로 명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 연구 역량을 갖춘 교수진을 확충해 2030년까지 전임교원 수를 4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원한 KAIST AI 대학원에는 구글, IBM 왓슨,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 연구소 출신 전임교수 13명 등 21명의 교수진과 석·박사 과정 학생 138명이 재학 중이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김재철 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실천이 선진 기부문화를 만드는 데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KAIST가 AI 인재 양성의 세계적 허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