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매일 확진자가 1000명씩 늘면서 의료 자원까지 고갈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했다.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공급계약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K방역이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지난 17일 하루에만 1062명 늘었다.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은 것은 15일 1078명, 16일 1014명에 이어 사흘째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1주일간 하루평균 국내 감염자는 934.4명에 이른다.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인 800명을 훌쩍 넘었다.

의료자원은 고갈 상태다. 입원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이틀 이상 대기한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평균 265명에 이른다. 서울지역 병상 대기 환자는 17일 기준 580명, 경기는 251명이다. 경증 환자가 입원하는 생활치료센터는 여유가 있지만 중증 환자 병실이 부족하다. 경기도는 민간 병원 병상에 대한 긴급 동원을 검토하고 나섰다.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입원 치료를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서울의 60대 환자는 12일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을 못해 15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경기 지역의 요양병원에서도 60~80대 환자 다섯 명이 중환자실을 배정받지 못한 채 숨졌다. 이달 들어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여섯 명이다.

백신 확보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2~3월 노인, 의료인 등 필수접종 인원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접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반인 대상 접종이 언제부터 이뤄질지, 미국 등에서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 모더나 등의 백신은 언제 도입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18일 화이자 백신 승인 절차를 시작했다. 내년 3월 접종이 목표다. 이달 13일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한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 말부터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긴급사용승인을 하기로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제일 시급한 것은 환자 발생을 줄여 중환자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고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내년 2~3월에 접종을 시작해도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유행 종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지현/선한결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