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막기 방역'만 믿다가…정부, 오판으로 백신 확보 뒤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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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수단은 백신뿐인데
코로나 치료제도 확산 못막아
겨울 대유행에 K방역 '와르르'
코로나 치료제도 확산 못막아
겨울 대유행에 K방역 '와르르'
“예방백신 접종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국제학술지 메드에 실린 안젤라 라스무센 미국 조지타운대 글로벌 보건과학안보센터 교수의 논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차단하기 위해선 자연적으로 감염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백신을 접종하는 게 낫다는 취지다.
감염병은 면역력을 지닌 사람이 많아야 더 이상 퍼지지 않는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감염된 뒤 회복되거나 백신을 접종해야 얻을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은 전파를 막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K방역을 믿다가 백신 확보전에서 뒤처진 정부 판단이 뼈아픈 이유다.
겨울 대유행이 시작하면서 정부가 자신하던 방역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퍼지면서 수도권은 언제 어디에서 감염될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수도권 전역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세운 것은 ‘더 이상 역학조사로 환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정부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병상이 부족해 수도권에서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치료제도 피해 규모를 줄이는 수단은 되지 못했다. 올해 5월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를 개발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급증하는 확진자를 막지는 못했다. 릴리와 리제네론이 각각 개발한 항체치료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이 백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임상 결과는 이런 효과를 보여줬다. 화이자 백신을 처음 접종한 뒤 112일간 누적 감염률을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군의 감염률 그래프는 평평하게 유지됐다. 감염자가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됐다는 의미다. 반면 가짜 백신을 접종한 그룹은 감염률이 계속 높아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목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가급적 빨리 5000만 명 분량을 확보해 접종하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획득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그동안 거리두기, 손씻기 등을 통해 확진자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폈다.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해 의료자원 부족 등 의료대란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방역조치는 역설적으로 집단면역 시기를 앞당기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뉴질랜드는 올해 5월 코로나19 백신 전략을 가동했다. 초기 집행 예산 3700만뉴질랜드달러(약 290억원) 중 일부를 투입해 자체 백신 생산량을 늘렸다. 화이자(150만 병), 얀센(500만 병), 노바백스(1072만 병), 아스트라제네카(760만 병) 등과는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K방역을 믿고 초기 백신 확보에 방심했던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는 확연히 달랐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백신 공급 초고속(워프 스피드) 작전을 가동했다. 100억달러를 들여 내년 1월까지 3억 개 백신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도 일부 지역에 일정이 늦어지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모두 내 잘못”이라며 “백신 확보 계획에 실수가 있었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국제학술지 메드에 실린 안젤라 라스무센 미국 조지타운대 글로벌 보건과학안보센터 교수의 논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차단하기 위해선 자연적으로 감염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백신을 접종하는 게 낫다는 취지다.
감염병은 면역력을 지닌 사람이 많아야 더 이상 퍼지지 않는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감염된 뒤 회복되거나 백신을 접종해야 얻을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은 전파를 막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K방역을 믿다가 백신 확보전에서 뒤처진 정부 판단이 뼈아픈 이유다.
집단면역 오판한 정부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방역 철저, 치료제 통한 환자 최소화, 백신 사용을 통해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상황으로부터 가장 빨리 벗어나는 나라가 되고 싶다”고 했다.겨울 대유행이 시작하면서 정부가 자신하던 방역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퍼지면서 수도권은 언제 어디에서 감염될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수도권 전역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세운 것은 ‘더 이상 역학조사로 환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정부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병상이 부족해 수도권에서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치료제도 피해 규모를 줄이는 수단은 되지 못했다. 올해 5월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를 개발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급증하는 확진자를 막지는 못했다. 릴리와 리제네론이 각각 개발한 항체치료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이 백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임상 결과는 이런 효과를 보여줬다. 화이자 백신을 처음 접종한 뒤 112일간 누적 감염률을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군의 감염률 그래프는 평평하게 유지됐다. 감염자가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됐다는 의미다. 반면 가짜 백신을 접종한 그룹은 감염률이 계속 높아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목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가급적 빨리 5000만 명 분량을 확보해 접종하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획득이 중요하다”고 했다.
환자 적지만 백신 확보한 뉴질랜드
코로나19는 감염된 뒤 회복한 자연면역 인구와 백신접종 후 면역을 얻은 인구가 모여 집단면역을 형성한다. 이 비율이 70% 정도가 돼야 유행이 멈춘다.한국은 그동안 거리두기, 손씻기 등을 통해 확진자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폈다.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해 의료자원 부족 등 의료대란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방역조치는 역설적으로 집단면역 시기를 앞당기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뉴질랜드는 올해 5월 코로나19 백신 전략을 가동했다. 초기 집행 예산 3700만뉴질랜드달러(약 290억원) 중 일부를 투입해 자체 백신 생산량을 늘렸다. 화이자(150만 병), 얀센(500만 병), 노바백스(1072만 병), 아스트라제네카(760만 병) 등과는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K방역을 믿고 초기 백신 확보에 방심했던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접종 늦어진 것 내 탓” 사과한 미국
백신 접종이 늦었다는 지적에 정부는 “다른 나라 접종 상황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팬데믹 상황에 이런 전략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백신 개발이 불확실했고 믿을 수 있는 백신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미국 정부는 확연히 달랐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백신 공급 초고속(워프 스피드) 작전을 가동했다. 100억달러를 들여 내년 1월까지 3억 개 백신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도 일부 지역에 일정이 늦어지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모두 내 잘못”이라며 “백신 확보 계획에 실수가 있었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