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가을을 던지는 나무 - 이수명(1965~)
나무여, 너를 뒤집으며 타들어가는 잎

들을 보아라 그 여름, 네가 몸을 섞은 것은

또 한 번의 빛이었구나 아무도 없는

바깥을 홀로 서성이는

시집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문학과지성사) 中

나무의 모양과 색깔과 온도가 바뀌는 계절. 변해가는 나무의 풍경을 관찰해 보면 나무가 지나가고 있는 계절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빛에 섞여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 가는 나무의 존재를 우리는 문득, 알아채기도 하는 것인데. 사람만이 한 계절을 던지고 또 다른 계절의 자기 자신으로 옮겨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무는 가을을 던지면서 바깥에서 또 다른 이미지의 나무로 자기 몸을 바꿉니다.

김민율 시인(2015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