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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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개미 필패(必敗)’는 일종의 공식과 같았다. 개인은 외국인을 뒤늦게 따라가다가 고점에 물리기를 반복했다. 1992년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을 개방한 뒤 예외는 없었다. 대부분의 개인은 무력감을 느끼며 증시를 떠나 부동산으로 향했다. 코스피지수가 20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는 더 공고해졌다. 하지만 올해의 승자는 ‘동학개미’다. 주식시장에서 온갖 편견을 날려버리면서 처음으로 ‘집단 성공’의 경험을 쌓았다.

20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 전체 계좌의 평균 수익률(11월 말 기준)은 10.81%다. 올해 신규 개설된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20.32%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증시를 강타한 지난 3월 이후 한국 시장에 과감하게 베팅한 결과다. 외국인이 떠난 뒤 텅 빈 시장은 처음으로 개인이 바닥에서 주식을 살 기회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진다고 해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망할 일은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개인들은 올해 내내 주식을 샀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버티는 ‘시간을 사는 게임’으로 임했다. 올해 개인 순매수 금액은 역대 최대인 64조7227억원(18일 기준)에 이른다. 그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만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지수)’를 뚫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18일 코스피지수(2772.18)는 3월 저점(1457.64) 대비 90% 올랐다. 나스닥지수 상승률(86%)을 웃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한국 주식 투자자들이 처음 ‘집단적 성공의 경험’으로 새로운 믿음을 갖는 해가 됐다”고 평가했다.

고재연/고윤상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