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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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서비스업·중소기업이 코로나19 충격을 집중적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별로도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큰 충격을 입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충격의 회복 속도가 극명하게 나뉘는 이른바 'K자형 회복세'에 따라 '고용없는 회복' 양상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소득층·중소기업 '직격탄'

한국은행이 21일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불균형 평가'를 발표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가 신흥국과 서비스업, 취약계층에 영구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면서 소득양극화는 심화됐다.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의 2분기 근로·사업 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2% 줄었다. 반면 4∼5분위(상위 40%) 가구는 3.6∼4.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 3분기부터는 4~5분위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1분위 가구 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9.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등 살림살이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기업도 규모가 작을수록 충격이 컸다. 대기업의 올 2분기 생산은 업종에 따라 작년 동기 대비 1.9~3.7%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 생산은 4.6~10.2% 감소했다. 중소기업 생산 감소율이 대기업의 2배를 웃돌았다.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재정 곳간'이 빈약한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전망에서 2020~2021년 누적 성장률이 신흥국(중국 제외)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 때보다 10%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반면 선진국 저망치는 5.5%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수출액에서 정보기술(IT)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코로나19로 비대면·디지털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9월 제조업 생산(2020년2월 100기준)은 중국이 146.5, 싱가포르 137.6, 대만 109.8, 한국 105.7을 기록했다. 반면 원자재 수출과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경기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교역·관광이 위축된 영향으로 관광산업·원자재 수출을 주력으로 삼은 국가들 타격은 상대적으로 컸다"고 설명했다.

K자형 회복→성장잠재력 약화

한은은 이같은 '성장 불균형'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대면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 '고용없는 회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평균 소비성향(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도 벌이가 시원치 않은 만큼 씀씀이를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없는 회복의 현실화와 저소득층의 씀씀이 위축으로 '소비절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한은은 최근 과열 양상을 띠는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로 가계 살림살이가 나빠진 데다 보유 자산 가격마저 폭락할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박창현 한은 조사국 과장은 중장기적으로 소득계층별 양극화가 굳어지는 등 경제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성장잠재력도 약화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한 계층에 정책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