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체 채취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검체 채취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너희가 해주는 게 도대체 뭐냐"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과도한 업무보다 노골적인 성희롱과 막말 등 '진상환자'로 인해 더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남자 간호사인 A씨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 출연했다. 그는 지난 8월 진상환자가 이슈가 된 뒤 "조금 줄어든 것 같지만 환자가 많아져 그런 환자들도 늘어났다"며 고충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진행자가 진상환자의 사례를 들어달라고 하자 A간호사는 "저희가 레벨D(방호봉)를 입고 있으니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가자 가슴을 더듬으면서 '남자 간호사 진짜 맞냐'고 얘기하시는 분, 화장실 소독하고 있는 데까지 따라와서 '뒤에서 누가 자빠뜨리면 어떻게 할 거냐'라는 분, '여자 간호사 언제 들어오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또 "'너희가 해주는 게 도대체 뭐 있냐', '병실에 한 번 더 들어와서 나만 더 봐달라', '밥은 계속 맛이 없으니 빵을 달라' 등 온갖 환자가 다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 검사 결과부터 달라'는 분, 전에 선별검사만 했을 때는 돈을 내야 되는데도 못 내겠다고 화내시는 분, 방에서 탈출해 담배를 피우시는 분, 병실을 독실로 변경해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A간호사는 "다들 너무 힘들다. 전에는 힘들어도 서로 힘내자, 으쌰으쌰 그런 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5월까지 근무한 수당을 추석 전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그 돈이 지금까지도 안 나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그 돈도 간호사·의사·간호조무사 100% 지급, 방사선사·임상병리사는 70%, 그리고 기타 직접 방역인력이라고 해서 환자 병실청소 방역 폐기물 관리 배식 등을 하는 확진자 병실에 출입하는 인력은 50%씩 지급한다고 정부에서 (방침이) 내려왔다"며 "병원마다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천차만별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고 이런 식으로 돼 노노갈등이 일어나더라"고 하소연했다.

A간호사는 "파견용역직이라고 외부 업체에서 들어와서 하시는 분들은 같은 업무를 했는데도 수당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병원에서는 이번 달 안까지 꼭 주겠다고 말은 해놓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간호지원인력 교육을 맡을 별도인력 배치 △지원온 민간병원 간호사가 공공병원 간호사보다 임금이 2~3배 높아 노노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문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보상과 휴식 보장 등을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소 운영 시작에 앞서 검사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소 운영 시작에 앞서 검사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료인력을 향한 진상 환자들 사례는 앞서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도 전달된 바 있다. 지난 8월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B간호사는 "(환자들이) '왜 나를 가두는 것이냐', '옥상 어디냐, 뛰어내릴 수 있다', '음압 병동이 왜 다인실이냐', '다른 병원 되는데 여긴 왜 안 되냐'"며 의료진을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고 호소했다.

또 "속옷을 빨아달라는 분도 있고 어떤 환자는 '필요한 게 없냐'는 질문에 '여자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B씨는 "방호복을 입은 채 그걸 계속 듣고 있기 너무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B간호사는 "병원에 입원하면 포기하실 건 해야 되는데 그것을 인정 못하는 것 같다"며 "갇혀 있다보니 우울감이 커지고 힘든 부분을 간호사나 직원들한테 많이 투사를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