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그린 경제를 목표로 총 20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뉴딜펀드가 본격적으로 조성된다. 향후 5년간 매년 약 4조원을 한국 경제 체질 개선에 투입하는 게 목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속도가 붙고 있는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시중 자금을 유도하는 ‘마중물’이 될 펀드인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조 한국판 뉴딜펀드 본격 조성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책형 뉴딜펀드 모펀드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산업은행은 연말까지 구체적인 출자 계획을 공고하고 본격적인 펀드 조성 작업에 착수한다. 1차 연도 정책형 뉴딜펀드 재정 예산은 5100억원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정책자금 8000억원을 포함한 1조3100억원의 공적 자금에 민간 자금을 매칭해 총 4조원을 목표로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디지털, 저탄소·친환경 등 새로운 환경에 맞춘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다. 정부가 투자의 마중물이 될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전문 운용사가 민간 자금을 조달해 만드는 민관합동펀드다. 유망 벤처 육성의 차원을 넘어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체질을 바꾸는 것이 이번 펀드 마련의 취지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핵심 테마는 디지털 경제와 그린 경제 두 가지로 나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경제가 산업의 주류로 떠올랐다.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이 글로벌 과제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밸류체인을 선점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의 과제가 됐다. 성기홍 한국성장금융 대표는 “2021년은 글로벌 밸류체인의 디지털,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본격화하는 분기점”이라며 “정책형 뉴딜펀드는 달라진 산업 패러다임에 맞춰 생산적인 분야로 시중 자금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2013년부터 국내 벤처생태계 육성을 주도해온 ‘성장사다리펀드’를 대신해 향후 5년간 국내 모험자본 시장의 핵심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 펀드는 육성 분야를 특정해 집중 투자하는 ‘섹터 펀드’의 성격이 강하다. 창업 단계, 스케일업, 세컨더리,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성장 수준에 따라 펀드를 구성했던 기존 정책펀드와는 차별화된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투자 분야는 디지털 뉴딜 31개, 그린 뉴딜 17개로 정해졌다. 차세대 반도체, 친환경 소비재,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중복되는 8개 분야를 제외하면 총 40개 분야다. 세부 품목은 200개로 분류했다.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 시스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칩, 친환경 발전 분야에 연료전지, 가스터빈 발전플랜트 등을 제시하는 식이다. 투자 폭이 넓은 만큼 전략도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투자에서 스케일업까지 성장 주기별 벤처투자를 비롯해 사모펀드(PEF) 단계에선 중소·중견기업의 M&A나 사업 리모델링, 신사업 스핀오프 등 사업 재편을 촉진하는 전략 펀드가 마련될 전망이다. 노해성 한국성장금융 혁신금융실장은 “시장의 빈틈을 메우면서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는 데 펀드 설계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